
■ 정치인 분석 ‘불통, 독단, 야망’ 출간한 스티브 테일러
정치권 만연한 ‘초단절형’ 인간
한국도 이미 여러차례 경험해
자기망상은 나르시시스트 특징
자신에 부정적인 모든 정보 거부
정치인들도 심리검사 받게해야

혼란한 사회의 중심에는 언제나 정치인이 있다. 전쟁은 물론 경제위기와 지금의 극단화된 분열까지 말이다. 영국의 스티브 테일러 리즈베켓대 심리학 교수는 국제 사회에서 갈등과 분열, 혼란을 가져오는 정치적 리더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지금의 정치인은 주변 사람들의 인기와 권력, 재력에 욕심을 내는 ‘나르시시스트형’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에서 아돌프 히틀러부터 도널드 트럼프까지 초단절형 정치 지도자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불통, 독단, 야망’(21세기북스)을 출간한 그를 지난 6일 화상으로 만났다.
초단절형 인간은 남에게 공감하지 않고 공격적·우발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을 분류하기 위해 테일러 교수가 만든 심리학 용어다. 이를 그는 ‘나르시시스트형’과 ‘사이코패스형’으로 나누는데 사이코패스형이 “타인의 의견에 관심이 없고 그저 권력만을 원한다”면 나르시시스트형은 “끊임없는 관심과 주목을 원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테일러 교수가 꼽는 대표적인 나르시시스트형 지도자다. 지난 2022년 현지에서 출간된 책을 통해 그는 트럼프 1기를 분석했는데 책을 펴낸 후 이어진 트럼프 2기에 대해 그는 “이전보다 더 악의적이고 공격적인 태도를 갖춘 것 같다”며 한층 더 강화된 초단절성을 최근 파행으로 끝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찾았다.
나르시시스트형 리더의 특징 중 하나는 주변에 아첨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아첨꾼, 즉 “리더에게 결코 질문하지 않고 그의 의견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테일러 교수가 꼽은 현대 정치의 위협 요소다. 테일러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젤렌스키는 트럼프의 아첨꾼이 아니었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가 극도로 분노하게 된 것이다. 또 그는 초단절형 리더가 싫어하는 ‘질문’을 했다”고 했다. 나르시시스트형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기 망상증이다. 테일러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자기 망상증은 자신이 믿는 긍정적인 면과 배치되는 모든 정보를 거부한다. 여기서 나아가 이들은 지지자의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고 애국이나 밝은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일어난 계엄령 사태는 영국까지도 전해졌다. 테일러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또한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형 인물로 보인다”며 “대중에게 권력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것이고 억압되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에 대해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 앞서 한국의 근현대 정치사를 살펴본 그는 “한국이 이미 여러 초단절형 대통령을 경험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이런 역사 속에서 일반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이 정치인이 되겠다는 마음을 먹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통과 독단의 지도자가 사회를 어지럽힌 역사는 무수히 많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정치인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다. 이 배경에도 심리학적 이유가 있다. 테일러 교수는 “우리는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단절형 인간을 보며 마치 어려운 환경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용감하고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느끼기 때문”이라며 “강한 사람을 존경하는 인간의 본능에 따라 우리는 마치 정치 지도자가 우리 삶을 나아지게 만들고 책임질 수 있다고 믿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 스스로 본능에 저항하기란 힘든 법. 이 때문에 테일러 교수는 현대 정치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인에게 심리 검사를 받게 하는 법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심리학자 집단이 고안한 일종의 시험이나 검증을 통과해야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공감 능력이나 사이코패스적 성향 등을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조 바이든과 같은 정치인의 신체 건강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극도로 신경을 쓰지만 아무도 정치인의 정신 건강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들처럼 막강한 힘을 가진 이들에게 이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없습니다. 심리학자로서 이러한 정신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스티브 테일러는 누구
스티브 테일러는 영국 리즈베켓대 심리학 부교수로 인간 의식 변화의 본질을 이성적·학문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리버풀존무어스대에서 심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심리학회에서 자아초월 심리학 분과 의장을 역임했다. 그의 연구들은 영국 BBC,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주요 매체에 특별 보도됐으며 최근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100인’에 연속으로 선정됐다. 저서로는 ‘잠에서 깨어남’ ‘시간의 형성’ ‘어둠을 벗어나’ ‘자아폭발’ ‘제2의 시간’ 등이 있으며 네덜란드, 러시아, 스페인, 일본, 폴란드, 프랑스 등 11개국에서 번역·출간됐다. 국내에도 출간된 ‘자아폭발’은 20년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인디펜던트 ‘올해의 책’에 선정된 바 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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