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수 등 참여 ‘봄이 오면…’
주제어·공간도 겹치게 작업
김사월-이훤이 나눈 편지들
‘고상하고 천박하게’로 묶여
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주제에 따라 한데 모은 작품집 ‘앤솔러지(Anthology·합본)’는 공통 키워드를 통해 독자에게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여러 작가의 팬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초판 1쇄’를 빠르게 소화해 강한 입소문을 기대할 수도 있다. 대표적 예가 수상작품집이다. 짧은 호흡의 글을 선호하는 독서 경향과 만나 앤솔러지는 꾸준히 출간 종수를 늘려 왔다.
올해는 그간의 전통적 형식을 뛰어넘으려는 시도가 보인다. 단순히 공통의 장르와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가의 글을 한데 모으는 단계를 초월한다. 한 권의 앤솔러지를 위해 작가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시리즈로 완성하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둘이서’ 시리즈는 두 명의 필자가 실제로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서간문 형태로 만들어졌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한 명의 필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한 명의 필자와 약 1년간 편지를 주고받는다. 둘 사이에 오간 편지에는 어느새 짙은 우정이 담겨 있다. 포크 음악가 김사월과 시인이자 사진작가 이훤이 나눈 편지들은 이렇게 ‘고상하고 천박하게’로 묶였다.

2023년 10월, 이훤의 결혼식에 참석한 날을 떠올리는 김사월의 편지에는 결혼식에서 펑펑 우는 새신랑 이훤의 모습을 보고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던 기억이 새겨져 있다. 이에 화답하는 이훤의 답장은 김사월의 노래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통신’의 한 구절을 언급하며 상대의 삶이 ‘자주 살고 싶어지기’를 바란다는 말로 끝난다. 이처럼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은 때로는 글과 사진으로, 직접 만나 나눈 대화의 형식으로 가득하다. 김사월과 이훤을 따로 좋아하던 이들은 책을 다 읽고 난 뒤 모두를 사랑하게 된다. 이 시리즈는 약 두 달의 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나온다. 소설가 김혜진과 최진영, 영화감독 이숙경과 그의 영화에 출연했던 국극 배우 이주영과 같이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관계를 기대하게 한다.
출판사 다람의 소설 앤솔러지 시리즈 ‘얽힘’은 개별적 사건들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영향을 주고받아 하나의 우주를 구성한다는 과학적 개념인 ‘양자 얽힘(Entanglement)’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시리즈의 첫 책이자 출판사의 첫 책인 소설집 ‘봄이 오면 녹는’에는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성혜령·이서수·전하영 소설가의 단편이 묶였다. 작가들은 ‘손절’(손해 봐도 끊는 것)이라는 주제어뿐 아니라 ‘정독도서관’과 같이 추억이 담긴 공간도 겹쳐지도록 작업했다. 역시 기획 단계부터 주기적으로 만나 글을 돌려 읽으며 세계관을 확장한 것. 작가들은 입을 모아 “처음과는 전혀 다른 소설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세 편의 소설 뒤에는 작가들이 각 작품에 대해 나눈 대화가 코멘터리 부록으로 붙어 소설가들의 작업 현장에 독자도 함께 얽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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