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 전문가들의 재발 방지대책

“고위직 정치권 나눠먹기 막아야”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 파문으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사과했지만 전문가들은 선관위를 대상으로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내·외부 감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선관위가 2023년 채용비리 논란 이후 자체적으로 마련한 각종 재발 방지책들이 유명무실했다고 지적했다.

11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선관위에서 제출받은 2023년 자체 특별감사위원회가 수립한 ‘재발 방지대책 주요 개선사항 및 진행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는 2023년 공정한 채용을 위해 크게 8가지 방안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 중 면접 평가 10단계 세분화·정무직 대상 인사검증위원회 신설 등은 아직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또 2024년 1월 내부인사 감사를 담당하는 ‘감사2과’를 만들어놓고 정작 순환 근무를 하는 선관위 직원으로 감사팀을 채워 ‘제 식구 감싸기’ 논란만 지폈다.

전문가들은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완전히 독립된 내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감사 조직을 통해 독립적인 감사를 진행하고 이들의 활동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선거학회장을 지낸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든 삼성처럼 선관위도 내부 감사를 진행할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개헌을 통해 선관위에 대한 외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을 행정부로부터 독립시킨 후 선관위를 지속해서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헌법 개정을 통해 감사원이 독립적인 기관이 되고 이런 감사원을 통해 선관위를 감사한다면,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관위 고위 간부를 ‘정치권 나눠 먹기’식이 아닌 중립성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차기 한국정치학회장(2026년 1월 임기 시작)으로 선출된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관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사무총장, 선관위원으로 운영이 되는데 대부분 대통령과 여당, 야당 몫으로 인위적으로 구분이 됐다”며 “정치권은 자신들 말을 잘 듣는 인물로 선관위원을 채우려고 하고 (선관위원들도 자신을 추천한 집단 이익만 따르고) 내부에서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을 안 하게 된다. 독립적인 선관위원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석좌교수도 “선관위원들이 권력과 유착하면서 감시도 받지 않고 있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사무총장, 선관위원들을 완전히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선관위를 감시하는 과정에서도 독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외부의 감시도 중요하지만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쉽진 않겠지만 여야가 치우치지 않게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일각에서는 선관위를 행정기관에 넣어 행정부가 감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만약 대통령 밑에 있으면 부정선거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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