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

헌법재판소의 최재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의 이창수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심판이 13일 선고된다. 지난해 12월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지 98일 만이다.

감사원장 탄핵 사유로 야권은 감사원장이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한 발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장에 대한 표적 감사,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 관련 부실 감사,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등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표적 감사, 국회 자료 제출 요구 거부 또는 지연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모두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다. 설령 사실에 부합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 위배라고 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특히 국정 지원 기관이라는 발언을 탄핵 사유로 삼은 것은, 법무장관이 야당 의원을 째려봤다고 탄핵 사유로 삼은 것 다음으로 어이없다.

중앙지검장 등 3인에 대한 탄핵 사유는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들에 대한 탄핵 사유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이다.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과연 탄핵 사유로 될 수 있을까? 만약, 이들 검사가 뇌물이라도 받고 불기소 처분을 했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음은 명백하다. 야권의 주장은 기소하기에 충분한데도 불기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야당 의원들은 관련 증거를 다 들여다봤을까? 수사 기밀이니 그랬을 리 없다. 결국, 증거를 검토하지도 않은 채 불기소가 위법하다고 탄핵한 것이다. 허무하다고 한 이유다.

필자는 감사원장과 검사 3인에 대해 헌재가 어떻게 판단할지 궁금하지도 않다. 기각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야권 의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이런 사유로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상식 이하의 국회의원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정치 공세를 위한 29건의 탄핵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진 것이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이다.

내일 탄핵심판에서 기각되면 감사원장 등은 즉시 직무에 복귀할 것이다. 100일에 가까운 기간 이들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는데, 누가 이 책임을 질 것인가.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등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직책이라면 모를까, 이들의 업무 공백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무릇 모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부당함을 넘어 권한 남용임이 명백한 탄핵소추라 하더라도 이에 앞장선 국회의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헌법 개정 논의가 있을 때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지적되곤 한다. 그런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 제왕적인 국회 다수당의 횡포도 결코 덜하지 않다. 국회 다수당은 행정부 공직자의 업무 수행이 마음에 안 든다고 걸핏하면 탄핵소추해 그 직무를 정지시킨다.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고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고 위협한다. ‘대행의 대행’이라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탄핵하겠단다. 이 정도면 대통령이나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군림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국회의 탄핵 남용에 대한 견제가 없기에 빚어지는 사태다. 개헌 논의에서 국회 다수당의 횡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
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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