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인도에서 탄핵 각하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돗자리를 길게 이어 펼친 채 앉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수빈 기자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인도에서 탄핵 각하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돗자리를 길게 이어 펼친 채 앉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수빈 기자


주변 100m내 집회 등 금지에도
정문 인근에 매트 깔고 노숙농성
선고일 유치원·학교 11곳 휴업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탄핵 기각·각하’를 압박하는 헌법재판소 앞 반탄(탄핵 반대) 시위의 수위도 올라가고 있다. ‘릴레이 1인 시위’ 형태를 띤 사실상의 집단 시위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아예 인도를 점령하고 노숙농성을 이어가는 ‘돗자리 부대’까지 등장했다.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정문 앞은 이른 시간부터 시위대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 사이로 돗자리 부대가 3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헌재 정문 왼편 도보 약 20m를 점령, ‘탄핵심판 원천무효’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태극기가 그려진 담요를 두르고 앉아 있었다. ‘요새’처럼 구축된 이곳 한편에는 생수 페트병 묶음과 물티슈, 캐리어 등이 쌓여 있었다. 현행법상 헌재 100m 내 집회·시위는 금지되지만 1인 시위는 허용하는데, 이들 모두 1인 시위라 주장하고 있다.

정문 맞은편과 오른편에서는 수십 명의 1인 시위자들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시위대는 앰프, 확성기 등을 사용해 “탄핵 각하” “CCP(중국 공산당) OUT” 등을 외쳤다. 이로 인해 행인들은 헌재 앞 도보를 피해 차도로 통행해야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오는 13일부터 헌재 앞 ‘5인조’ 릴레이 농성을 진행한다고 밝힌 만큼, 헌재 앞은 지지자들의 결집으로 더 혼란스러워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폭력 시위 엄단”을 외치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시위대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시위대를 자극했다가 자칫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한 유튜버는 헌재 담장 위로 안전펜스를 설치하는 경찰에게 “대통령도 끌고 가는 ×들이 졸아서 그러는 거냐”며 다짜고짜 욕설을 내뱉었다. 전날 오후 한 시위자는 경찰이 확성기 사용을 제지하자 “빨갱이는 나한테 손대지 마라”며 그대로 드러눕기도 했다. 현장에 나온 한 경찰은 “시위 인원이 너무 많아 통제가 안 되고 있다”며 “분노한 시위대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인 상황이라 매우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헌재 인근 학교와 유치원 11곳이 휴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수빈·노지운 기자
노수빈
노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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