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O, 올 시즌부터 본격 적용… 투수들 ‘새 각오’
군사용 미사일 추적 레이더로
공 놓는 지점 정확하게 커버
한순간도 궤적 안놓치고 추적
“PTS보다 구속 1.5~3㎞ 상승
일관된 정보로 투구에 큰 도움
심리적 안정에 경기력 좋아져”

올해 KBO리그는 강속구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 2023년 국내 선수로 처음 시속 160㎞를 찍었던 문동주(한화)는 시범경기에서 벌써 159.7㎞짜리 강속구를 던졌고, 배찬승(삼성)과 김영우(LG), 정우주(한화) 등으로 대표되는 고졸 신인 투수들은 시범경기에서 연일 150㎞를 훌쩍 넘는 강속구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구속 표기 통일 결정은 ‘강속구 전쟁’에 더 불을 지필 것으로 내다보인다. KBO는 지난 7일 “올해부터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장비를 트랙맨(TrackMan) 시스템으로 통일한다”고 밝혔다. KBO리그에서는 지난해까지 각 중계 방송사 및 경기장별로 구속 측정 방식이 달라 ‘일관성 부재’에 대한 지적이 계속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23년 4월 12일 문동주의 투구였다. 당시 문동주는 광주 KIA전에서 박찬호를 상대로 KBO리그 최초로 시속 160㎞ 투구 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당시 장내 전광판은 159㎞, 중계 방송사 구속은 161㎞로 달랐다. KBO 공식 기록은 160.1㎞였다. 당시 과연 무엇이 맞느냐를 놓고 문의가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160.1㎞’로 발표했다.
구속 차이가 나는 이유는 측정 방식 때문. 보통 우리가 흔히 구속이라고 하는 것은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순간, 즉 초속을 지칭한다. KBO리그의 구속 측정방식은 크게 둘로 나뉜다. 카메라 기반의 피치트래킹시스템(PTS)과 군사용 레이더 기반의 트랙맨이다. 문동주의 투구 당시, 중계 방송사에 찍힌 구속은 ‘트랙맨’, KBO가 발표한 구속은 ‘PTS’가 각각 측정했다.
트랙맨은 군사용 미사일 추적장치로 쓰는 도플레 레이더 시스템을 사용하고, 공이 날아가는 동안 레이더가 놓치지 않고 그 궤적을 쏘며 추적한다. 구속을 계측하는 위치는 홈플레이트에서 약 16.7m 떨어진 지점이다. 홈플레이트와 투수판의 거리는 18.44m. 보통 투수들의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던지는 손끝까지의 거리)이 160∼200㎝ 사이에서 형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공을 놓는 지점을 거의 커버하는 셈이다. 반면, PTS는 카메라 3대가 찍은 공의 이동을 통해 각각의 위치로 값을 도출하는데, PTS는 15.24m에서 구속을 측정한다. PTS가 설치한 3대의 카메라로 추적하는 범위는 10∼15m다.
PTS보다 전체 투구를 담는 트랙맨의 구속이 일반적으로 더 빠르게 찍혀 나온다. 야구인들은 “보통 1.5∼3㎞ 이상의 차이가 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투수에게 구속은 예민한 문제다. 특히 투수에게 구속은 곧 ‘스펙’이기 때문. 투수들은 구속이 좀 더 나오는 트랙맨을 선택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삼성 원태인은 “투수가 1㎞를 올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3㎞ 정도 덜 나오면 정말 많이 속상하다”면서 “구장별로 구속 측정 시에 유불리가 나뉘었었는데, 모든 구장에서 일관성 있게 나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SSG 노경은은 “선수들도 바랐던 일이다. 구속이 똑같이 나온다면 혼선도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구장마다 구속이 달랐기 때문에 투수들이 경기 종료 후 전력분석팀에 다시 물어봐야 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어질 것 같다. KBO가 잘한 결정”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경헌호 SSG 투수코치 역시 “구속이 잘 나오지 않았을 때는 투수들이 신경을 쓰게 된다. 더 세게 던지려다가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다.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구속이 정확하게 찍힌다면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승호 키움 투수코치는 “투수들의 심리적 부담이 줄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구속에는 변화가 없지만, 중계 구속과 측정 구속의 차이로 인해 투구에 대해 의심할 수가 있었다. 이를 일관된 정보 제공을 통해 해소함으로 투수들이 더욱 자신감 있게 투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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