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남자의 클래식 - 슈만 교향곡 1번 ‘봄’
손가락 장애 등 숱한 역경 거쳐
클라라와 결혼 ‘인생의 봄’ 열려
슈베르트 곡 연구 뒤 작곡 착수
힘찬 사운드로 시작, 희망 담아
앞으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버거운 시기, 곁의 누군가가 ‘네 인생의 봄날은 이제 시작이야’라며 무조건적인 응원을 건네어 온다면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될까. 현재의 이 시간이 바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임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 또한 따사로운 봄날이기를 소망하는 음악이 있다. 바로 슈만의 교향곡 1번 ‘봄’이다.
1840년 9월 12일 슈만은 독일 쉐네펠트의 게데흐트니스 교회에서 사랑스러운 아내 클라라와 결혼식을 올리며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 드디어 슈만에게도 인생의 봄날이 찾아온 것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지난 수년간 슈만은 모질기만 했던 인생의 우여곡절들을 견뎌내야만 했다. 앞날이 창창한 피아니스트였던 슈만에게 어느 날 손가락에 장애가 찾아왔다. 혹독한 피아노 연습은 결국 슈만의 손가락을 망가트리고 말았고 슈만은 작곡가이자 비평가, 음악 잡지의 편집장으로 전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곁엔 스승의 딸이자 연인인 클라라가 있었기에 인생의 봄날을 꿈꾸며 모진 나날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클라라와의 결혼을 앞두고 슈만은 다시 한 번 큰 시련을 맞게 된다.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자신의 피아노 스승이기도 한 프리드리히 비크의 거센 결혼 반대 때문이었다. 비크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던 딸 클라라를 별 볼 일 없는 무명 작곡가 슈만 따위에게 줄 수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급기야 결혼 허가소송으로 번졌고 재판은 1839년 7월 16일부터 무려 1년간이나 이어졌다. 오랜 법정 싸움 끝에 슈만은 마침내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얻어내어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1840년 인생의 봄날이 열리던 이 시기, 슈만은 한 편의 시를 읽게 된다. 아돌프 뵈트거의 ‘봄의 시’였는데 슈만은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산골짜기에서 봄이 피어오른다’라는 대목에서 강렬한 창작의 영감을 얻게 된다. 다름 아닌 교향곡을 향한 열정과 악상들이었는데 여태껏 가곡이나 실내악에 한정해 작곡해 왔던 슈만은 비로소 첫 교향곡을 창작할 자신감과 용기를 얻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작곡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여태껏 작곡해 왔던 작곡의 형식보다 한층 확장된 대규모의 교향곡을 작곡하기 위해선 보다 치밀한 아이디어와 구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슈만은 곧장 몇 해 전 큰 감명을 받았던 슈베르트의 교향곡 ‘그레이트’를 연구했고 그 이듬해인 1841년 1월 마침내 작업에 착수했다. 작곡은 일필휘지로 이루어졌다. 슈만은 1841년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불과 나흘 만에 스케치를 마쳤고 그로부터 한 달쯤 후인 2월 20일에 자신의 첫 교향곡을 완성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슈만의 첫 교향곡으로 작품은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초연은 1841년 3월 31일 라이프치히에서 펠릭스 멘델스존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으며 ‘봄 교향곡’이란 부제로 흔히 불리고 있다.
제1악장 : 봄을 재촉하는 트럼펫의 힘찬 사운드로 곡의 문을 열면 이어 현악기와 목관악기들이 생동하는 봄의 하모니로 화답한다.
제2악장 : 느린 템포의 유려한 악장으로 마치 봄을 노래하는 듯한 음형들과 슈만 특유의 절제와 여운이 압권이다.
제3악장 : 경쾌한 템포의 활기가 가득한 악장으로 봄의 기쁨을 나타내고 있다.
제4악장 : 온 자연이 만개함을 기쁘게 노래하다가 잠시 명상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그러나 이내 활기를 되찾아 환희로 가득 찬 봄의 총주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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