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속도전은 親野 오해 자초 합리적 의심 여지없게 할 책임 영장 등 형사소추 흠결도 심각
지난해 12월 3일 밤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몇 시간이 지난 이튿날 국회는 해제 요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는 비상계엄은 이렇게 1일 천하에도 이르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 투입되는 계엄군에 ‘국회의원 150명 이상이 본회의장에 모이지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로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의 폭동이 된다.
이렇게 행위 자체는 내란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므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여서 병력을 동원해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해야 할 경우였는지 검토해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사실관계 확정조차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국방부 장관이 계엄군에 지시한 내용이 문서로 남아 있지 않아, 지시했던 김 전 장관과 출동했던 부대의 장(長)에게 진술을 들어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 하나 명백하게 밝혀지지를 않고 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따라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한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헌재는 이 규정을 가볍게 무시하고 서둘러 사건기록을 넘겨받았다. 국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하자 가능한 한 빨리 판결 선고를 하기 위해서 무척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사법기관이 이처럼 열심히 속도를 내는 모습은 근래 보지 못했기에 참으로 기이했다. 다른 사법기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비상계엄 이후 검찰과 경찰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들이 내란죄 수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공수처가 수사를 담당하게 됐지만, 정작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한이 없는 기관이 수사를 맡게 됐다. 이 부분은 윤 대통령 구속취소 사유 중 하나가 됐다. 공수처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죄를 인지했으므로 적법한 수사였다는 식으로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기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자 무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사라져야 할 이유만 추가한 셈이다.
이른바 내란 주요 임무 종사자들을 불러 조서를 작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확정해서 서둘러 기소했는데 그것도 문제였다. 서울중앙지법에서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하자 서부지법으로 가서 영장을 받아 집행했다. 법률 위반은 아니기에 형식적으로는 적법한 체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취소돼야 할 구속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나 탄핵소추가 왜 이리도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야당으로서는 조기 대선이 무척 시급할 것이란 점에선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절차적 문제 때문에 일을 그르쳐 원하는 방향과 정반대의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관련 법령이 준용된다.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신문조서는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이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공판정에서는 부인하고 있으므로 이들 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될 수 없다. 사실, 검사가 작성한 신문조서는 원진술자가 공판정에서 내용을 부인하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주도한 검경수사권 조정의 하나로 검사 작성 조서의 증거능력이 격하된 것이다.
탄핵 인용의 기반이 될 사실에 대한 인정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검사 작성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상황에서 헌재 심판정에서 있었던 진술만으로 이와 같은 엄격한 증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형사소송법은 재판에 관여된 모든 당사자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위해서 확립된 원칙들이다. 절차적 정의는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함부로 취급해도 되는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