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갈수록 폭력성 띠는데
‘과잉진압’ 낙인 두려워 눈치
“불법 집회 단호히 대처해야”


“집회에서 경찰은 ‘모두의 적’이에요. 우리를 한쪽에선 내란 부역자, 반대편에선 중국 공안이라 부르는데 통제가 될 리가 있나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수만 명이 결집하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되면서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기동대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탄핵 찬·반 양측이 모두 경찰을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데다, 책임 있게 지휘해야 할 경찰 수뇌부가 내란 수사에 연루돼 공석 상태란 점이 불안감을 더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집회 현장에서의 일탈이나 과격 행동에 경찰이 적극 대처하지 못한다면 제2의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3일 현장 경찰관들은 서부지법 사태 이후에도 집회의 폭력성이 줄지 않아 원칙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집회 다수에 출동한 기동대원 A 씨는 “몸에 멍이 들거나 시위대에 얼굴이 긁히는 일은 다반사고, 동료들이 시위대에 맞아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대응 과정에서 시위자가 부상을 입었다며 탄원·고소 등 민원 폭탄으로 보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기동대원 B 씨도 “시위대가 불법행위로 현행범 체포됐다는 기사가 나와도 경찰을 향해 ‘정부의 끄나풀’ ‘빨갱이’란 반응이 쏟아진다”며 “정당한 공권력 행사가 정치적 의미로 연결돼 불법행위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넘버 1·2’인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이 지난해 12월 내란 주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뒤 현재까지도 직무대행·대리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기동대원 C 씨는 “정치적 외풍을 막아줄 지휘부도 없고 탄핵 정국 이후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과잉진압이라고 낙인 찍힐까 모두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최근 시위에서 공권력을 무시하는 성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불법집회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고, 기동대의 예산·인원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수빈·조율·조언 기자

관련기사

노수빈
조율
조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