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계엄후 100일… 5대5 나뉜 광장
계엄직후 가결 촉구집회로 시작
尹구속·변론거치며 ‘반탄’확산
“제도권 정치가 갈등해소 못해
극단적 패거리주의 강화될 것”

12·3 계엄사태 후 100일간 서울 도심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절반’으로 쪼개진 모습이었다. 문화일보가 지난해 12월 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서울 내 국회, 광화문, 헌법재판소, 한남동 관저, 대통령실 인근 등 5곳에 1000명 이상 규모로 신고된 탄핵 관련 집회·시위를 분석한 결과, 찬탄(탄핵 찬성) 측이 146건, 반탄(탄핵 반대) 측이 139건의 집회를 신고했다. 총 285건으로, 신고 인원 기준 총 992만2000명에 달한다. 신고 인원과 실제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신고 기준 하루 평균 10만 명이 탄핵 집회에 참여한 셈이다. 가장 많은 집회를 신고한 단체는 탄핵 찬·반 집회를 각각 주도하고 있는 ‘촛불행동’(73건), ‘자유통일당’(62건)이었다. 집회 장소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뤄지고 있는 헌재 주변이 137건(48.1%)으로 가장 많았고, 광화문(73건), 관저(41건), 국회(31건), 대통령실(3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계엄 사태 초반에는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주를 이뤘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 앞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약 20만 명이 탄핵안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수사와 윤 대통령 구속, 탄핵심판 변론기일 등을 거치면서 반탄의 집회 규모가 커졌다. 특히 2월 한 달간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을 돌며 ‘반탄 여론’을 고조시킨 세이브코리아의 전국 순회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총 8만9000명이 모였다. 탄핵 선고가 임박할수록 양 진영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 지역 ‘3·1절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기준 찬탄 측 2만 명, 반탄 측 12만 명이 모였다. 윤 대통령 석방 직후 주말인 지난 8일에는 찬탄 측 3만2000명, 반탄 측 6만 명이 참여했다.
탄핵 시위는 지난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도 존재했지만, 이번처럼 찬·반으로 나뉘어 대규모 집회가 장기간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현장에 차출됐던 경찰 관계자는 “당시 최대 43만 명이 집결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매주 진행됐지만, 찬성 측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찬·반이 거의 50 대 50으로 느껴질 만큼 거리가 양분됐고, 시위대의 대립과 과열 정도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심리적 내전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제도권 정치가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정치 실종’의 단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극단적 목소리를 높이는 집회가 증가하고 ‘맞불’ 현상도 심해지고 있는데 정치권이 이런 과한 열기를 가라앉히기는커녕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풀뿌리 민주주의’로서 집회의 긍정적인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정치 팬덤과 소수 강경파에 의해 포획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 특임교수는 “한국은 집단을 구성하려는 ‘패거리’ 성향이 큰 나라”라며 “‘나만 옳다’는 신념으로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극단적 패거리주의’는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장의 열기가 과열되면서 집회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 인력도 대폭 증가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지난해 12월~올해 2월) 집회·경비 업무에 동원된 경찰 기동대는 총 5462개(누적) 부대에 달한다. 1개의 기동대가 60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32만7700명의 경력이 집회에 동원된 것이다. 올해 2월 동원된 기동대는 1730개 부대로, 계엄 사태 전인 지난해 2월(1158개)과 비교하면 49.3% 증가한 수치다.
조율·조언·노수빈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