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노중독
조시 코언 지음│노승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
정말 분노의 시대다.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출퇴근길에 짜증이 나고, 내가 투자하기만 하면 내리막을 타는 주식에 열불이 난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반으로 두 쪽 난 정국은 또 어떤가. 트럼프와 푸틴 등 소위 ‘스트롱맨’들도 내 삶에 태클을 건다. 이런 성난 감정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우리는 거기에 휘둘리는가.
골드스미스런던대 영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저자는 개인의 내면과 사회·정치적 맥락을 아우르며 분노의 본질을 탐구한다.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분노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경험하는 욕구와 만족 사이의 간극에서 시작된다. 요구가 거부되고 불만족이 지속될 때, 분노는 총체적 무력감의 형태로 무의식에 남아 우리를 지배한다. 저자는 이를 의로운·실패한·냉소적·유용한 등 4가지 분노 유형으로 분류한다. 의로운 분노는 ‘자신이 옳다’는 철저한 확신에서 비롯한다. 환상에 빠진 심리 상태에서 의로운 분노는 총기난사범과 거짓 음모론 등 극단적 폭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분노를 억누르면 실패한 분노 상태에 이른다. 통제와 압박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해 우울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억압된 분노가 냉소적으로 변질되는 것도 문제다. 극단주의자가 지목하는 외부의 적을 향해 무자비한 폭력을 분출하는 게 그 예다.
그렇다면 파국적 분노에서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저자는 분노를 ‘느껴야’ 한다고 역설한다. 분노 뒤에 숨은 불안과 욕망에 주목하고 그걸 자기반성적 말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분노는 예술 창조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게 유용한 분노다. 실제 심리 상담 사례에 근거한 분석과 통찰이 탄탄해 보인다. 그러나 그게 피부 깊숙이 전달되지 못하는 것은 좀 아쉽다. 380쪽, 1만85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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