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재와 거장
데이비드 W 갤런슨 지음
이준호·강은경 옮김│글항아리


어째서 어떤 예술가들은 일찍이 ‘영재’가 되고 어떤 이들은 말년에 이르러서, 혹 죽은 뒤에야 재평가받는가. 미술사가, 평론가, 심리학자들은 예술가 한 명의 삶을 두고 그 이유를 찾아내지만 경제학자인 저자는 그들 사이에 법칙이 있다고 말한다.

미술사 교양 강의를 듣고 흥미가 생긴 저자는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도 경제학 전공자답게 작품들의 경매가를 살핀다. 이내 경력이 쌓일수록 높은 가격에 작품이 거래된 작가와 어린 나이에 그린 작품이 가장 비싸게 팔리는 작가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저자는 젊은 천재 그룹을 ‘개념적 혁신가’로 노련한 거장 그룹을 ‘실험적 혁신가’로 정의한다. 개념적 혁신가들의 특징은 뒤집어 보기다. 기존의 시대적 맥락이 마주한 질문을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문제를 단순화시켜 엉뚱한 답을 찾아낸다는 것. 저자는 개념적 혁신가의 대표 주자로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등을 예시로 든다. 피카소가 26세이던 1907년에 그린 대표작 ‘아비뇽의 여인들’은 67세에 그린 같은 크기 작품보다 4배 비쌌다고 설명한다.

반면 실험적 혁신가는 말 그대로 실험을 거듭해 작품세계를 완성시켜 나가는 작가들이다. 폴 세잔,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극도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선뜻 공개하지 않는다. 외부의 비판도 적으니 성장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세잔이 67세이던 때 그린 그림은 26세에 그린 그림보다 15배 이상 비싸게 거래됐다.

저자의 주장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모든 예술가를 향한 응원으로 남는다. 천재적 영감이 소진된 것처럼 보여도 모든 작업은 그 자체로 당신의 예술 세계에 기여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말이다. 440쪽, 2만8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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