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된 대치·삼성·청담·잠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건 5년 전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한 뒤 집값 상승의 불길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2020년 6월, 그동안 3기 신도시나 그린벨트 해제 등 호재 지역의 토지에만 적용되어 온 토허제를 아파트에 적용하는 초유의 규제를 단행했다. 이 지역의 아파트를 거래할 때는 2년 실거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정부가 내세운 목적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것이었다. 전용 84㎡ 아파트가 최저 20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에 곧장 입주할 현금 여력이 되는 사람만이 실수요자였다. 당장 입주를 할 여력은 되지 않지만, 전세를 끼고 사둔 뒤 돈을 모아 몇 년 뒤 입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들은 투자자이므로 이 지역에 엄두를 내면 안 되었다. 그렇다면 토허제는 투기 수요를 차단한다는 지정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나?




정부가 “얼음”을 외쳤다고 수요자들이 매수 심리를 거둔 건 아니었다. 토허제 지역 대신 반포로, 도곡으로, 역삼으로, 개포로 향했을 뿐이다. 수요가 옆 동네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토허제 지역의 시세는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형성됐다. (낮은 수준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옆 동네와 비교해서이다.) 기존 소유주들은 이 동네 아파트를 팔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눌러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급속 냉동 상태였던 수요는 지난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1월 중순까지 보합세였던 송파구 아파트값은 2월 3일 0.13% 오르더니 2월 17일 0.36%, 2월 24일 0.48%, 3월 3일 0.68%, 3월 10일 0.72%로 급등했다. 이른바 ‘오쏘공(오세훈이 쏘아 올린 공)’ 논란이 지속되자 오 시장은 “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허제는 정부가 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특정 지역의 수요를 꾹꾹 눌러놓는 반시장적인 규제다. 오 시장의 비유처럼 눌렀던 스프링은 손을 떼자 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잠깐의 손가락질을 견디지 못해 다시 토허제 카드를 떠내 든다면 이는 비겁한 폭탄 돌리기에 다름 아니다.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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