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성평등을 이루기 위한 날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5년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8위였다.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올해 한 계단 올랐다. 그러나 이를 실질적인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1위를 차지한 스웨덴은 수십 년간 성평등 정책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며 여성 친화적인 노동 환경을 구축했다.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는 2년 전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포럼에서 “양성평등은 국가 번영의 필수 요소이며, 이를 위해 사회 전체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은 1971년 개인별 과세제도를 도입하고, 1974년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육아 지원을 제공하는 개혁을 시행했다. 그 결과,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증가하고, 성별 임금 격차가 줄어들었으며,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됐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낮고, 성별 임금 격차가 29.3%로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여성 이사(理事)의 비율은 17.2%, 관리직 여성 비율은 16.3%,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마련됐지만 활용률이 낮아 육아와 가사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볼벤 대사는 “법과 제도의 개혁이 필수이며,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한국이 성별 노동 격차를 줄인다면 1인당 소득이 18%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평등이 경제성장과 직결된 사안임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 노동인구가 늘어나면 경제활동인구 감소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 지도자가 많을수록 기업의 성과가 향상되며, 금융기관의 부실 대출 비율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할 때다.
첫째,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성별 임금 공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대기업·공공기관부터 시행하고 중소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기업의 임금 격차 공시를 의무화하고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육아휴직 사용을 활성화하려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남성 육아휴직 의무 사용제를 우선 도입하고, 민간 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
셋째,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촉진하려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임원을 우선 임명하고, 이후 중소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성평등 조직 문화를 평가하는 진단지표를 도입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여성 인재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여성 창업 지원과 연구·개발(R&D) 인력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 성별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과 미디어 캠페인이 필요하다.
또 한 번의 세계 여성의 날을 보내며,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법과 제도 개혁에 나설 때다. 스웨덴과 IMF가 강조하듯, 성평등은 단순한 권리 보장이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의 핵심 요소다. 유리천장을 깨는 것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