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정부 말기에 한국을 리스트 포함”…이유는 설명 안 해
에너지부 “과기 협력 새 제한 없다”면서도 “방문은 내부 검토 거쳐”
등급 차이는 있으나 北과 같은 리스트 포함... 핵협력 제약 가능성
4월15일부터 목록 효력 발효 전망…외교당국 “시정 위해 美와 협의”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로이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로이터


미국 정부가 올해 1월 한국을 ‘민감 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포함한 것으로 14일(현지 시간) 공식 확인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바이든 정부에서 이뤄진 것이다. 주무부서인 미국 에너지부(DOE)는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양측 간 방문과 협력이 사전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밝혔다. 등급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에너지부 차원에서는 테러지원국이자 불법 핵무기 개발 국가인 북한과 한국이 유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DOE는 바이든 정부가 임기가 끝나기 직전에 한국을 SCL 목록에 집어넣은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DOE 대변인은 이날 “DOE는 광범위한 ‘SCL’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전 정부는 2025년 1월 초 한국을 SCL의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과의 양자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며 “DOE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DOE의 이러한 설명은 한국이 SCL 목록 내에 포함됐지만, 양국간 에너지·원자력·핵 정책 관련 협력은 변함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DOE는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많은 지정국은 우리가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목록에는 중국·러시아·북한 뿐 만 아니라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인도·사우디아라비아·대만 등이 들어가 있다.

아울러 DOE는 “SCL에 포함됐다고 해서 미국인이나 DOE 직원이 해당 국가를 방문하거나 함께 사업을 하는 것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 국민이 DOE를 방문하는 것도 금지되지 않는다. 이러한 방문과 협력은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덧붙였다.이러한 제한은 오는 4월 15일부터 발효된다.

DOE 홈페이지에 따르면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을 이유로 특정 국가를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할 수 있다. 민감 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 산하 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에서 관리한다. 통상 민감 국가 출신 연구자들이 에너지부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연구에 참여하려면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걸쳐야 한다.

한국은 최하위 범주라 제한이 엄격하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미 양국 연구진간의 밀착 협력을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이 분명하다. 나아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에 이미 외교·경제적으로 시험대에 오른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적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대한 무차별적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한국도 겨냥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적으로는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의 대폭 증액 기조 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핵보유국’이라고 거듭 지칭하면서 핵을 가진 잘 지내는 게 좋다는 인식을 거듭 피력하고 있다. .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리스트가 실제로 발효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로 국가적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인 점이 우려를 가중시킨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정부 말기에 이뤄졌으나 우리 정부는 최근에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답변에서 비공식 경로로 관련 동향을 알게 됐으며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한 뒤 에너지부가 내부에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을 인정한 14일, 한 외교 소식통은 “4월 15일 발효되기 전에 이를 시정하기 위해 양국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장재선 전임기자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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