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에너지부 "협력 새 제한 없다"에도…과기 분야에 심리적 부담 작용할듯
사전 대응 못한 외교부 역량 도마에…야당 "원흉 윤석열 탄핵하라" 목소리
한국과 미국의 첨단기술 협력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가 지난 1월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국가 리스트(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한국을 추가한 것으로 14일(현지시간)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부(DOE) 주재로 리스트 추가가 이뤄진 만큼 양국의 첨단 기술 협력에 유·무형의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 에너지부는 산하 17개 국립연구소를 통해 AI·원자력·양자 등 각종 첨단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한국의 주요 과기협력 대상 가운데 하나다. 에너지부는 민감국가에 한국을 포함한 것을 확인해주면서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새 제한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적 협력에는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국내 과기계는 우려하고 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에너지부가 연구 협력에서 원자력을 비롯해 국가 안보와 관련한 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에너지부가 "방문과 협력은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설명한 데서 드러나듯 연구진 간 협력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이 커질 수 있다.
한미 양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과학기술 분야 협력 확대에 한층 드라이브를 걸었다. 2023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간 연구기관 협력 파트너로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들이 지정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도 지난해 11월 에너지부와 차관 면담을 통해 핵융합과 양자, AI 등 주요 전략기술과 관련한 공동연구 확대를 제안했다.
이런 기술들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기술 인만큼 ‘민감국가’ 조치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의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개발, 파이로프로세싱(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 등 주요 원자력 기술 상당수가 미 에너지부 협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 원자력 분야 협력은 자칫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에너지부 산하 기관과 협력을 진행 중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 산하 연구소들은 불안한 속내를 애써 감추며 정부의 대응을 바라보는 모양새다.
정부는 목록 발효일인 4월 15일 이전까지 이를 시정하기 위해 미국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목록에 포함된 지 두 달가량이 지난 데다 발효가 임박한 탓에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실력이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 정부에 협조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우리 외교부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한국 SCL 분류 움직임에 대해 "비공식 제보로 받은 것을 가지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한국 SCL 포함 후 관련한 공식적인 언질을 받지 못했고, 자체적으로 이 같은 동향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난 발언이다. 외교부가 그동안 한미 간 핵심 동맹 분야로 원자력, AI 등 첨단 과학 기술을 빠짐없이 거론해온 만큼 이를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정부의 과학기술외교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미 관계보다 대중 외교를 중시해 온 야당은 이번 사안을 빌미로 정부에 대한 맹공을 퍼붓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되는 동안 대체 정부는 무엇을 했나. 정보당국과 외교부가 제 역할을 못한 것에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총력을 기울여 민감 국가 지정 철회를 얻어내야 한다. 민주당도 힘을 보탤 것"이라면서도 "이 모든 혼란의 원흉인 윤석열을 즉각 탄핵해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되돌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재선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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