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eadership -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씨름하다 올림픽 가고싶어 전향
잠시 레슬링으로 전업했다 복귀
LA올림픽 유도 95㎏ 급 금메달
교수·시의원 이어 스포츠단체장
말보다는 행동… 뚝심있게 성과
스포츠토토 공영화 등 法개정도
강한 인상 풍기지만 탈권위 앞장
참모들 의견 경청하며 솔선수범
오는 27일 ‘스포엑스 성공’ 전념
하형주(63)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영웅이다. 하형주란 인물을 빼고 대한민국 유도사를 논할 수는 없다.
하 이사장은 한국 유도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 1984 LA올림픽 유도 95㎏ 이하급에서 당시 종주국 일본과 체격이 우세한 유럽 선수들을 차례로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후로도 1985년 세계선수권 은메달, 1986 서울아시안게임 금메달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탁월한 업적을 냈다. LA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 후 경상도 사투리로 “어무이, 이제 고생 끝났심더”라는 수상 소감은 아직도 회자되는 장면이다. 하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되면서 ‘진짜 영웅’ 칭호를 얻었다.
하 이사장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 현역 은퇴 후엔 모교 동아대에서 후진을 양성했다. 25세,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됐다. 교수로 재직 중이던 그는 1990년대 중반 성균관대 박사 과정에 다시 입학해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했고, 결국 박사 학위까지 땄다.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욕 때문. 과거에도 그랬다. 하 이사장은 어릴 적 씨름 선수였다. 부산체고에 입학한 뒤 “올림픽 종목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에서 유도로 전향했고, 중량급 체급에 나갈 선수가 없어 레슬링 선수로 잠시 전업해 그레코로만형과 자유형에서 모두 우승했다. 교수 생활을 하던 1996년엔 부산광역시 의원도 경험했다. 이렇게 하 이사장은 선수로, 교수로, 때론 정치가로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이번엔 스포츠단체장에 올랐다. 하 이사장은 2023년 8월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를 맡았다가 1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이사장에 선임됐다.
하 이사장은 공단 수장에 오른 뒤 과감한 추진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큰 체구와 강렬한 인상과 닮은 추진력은 이사장 취임 후 단 18일 만에 경영계약을 체결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경영계약엔 공공기관의 장이 취임 후 3개월 이내에 주무부처 장관과 임기 내 달성할 수 있는 목표 등을 다짐하는 내용이 담긴다. 앞선 이사장들의 경우, 평균 82일이 소요됐으나 하 이사장은 이를 무려 60일 이상 앞당긴 것이다.
하 이사장의 스타일은 야전사령관형이다. 하 이사장은 선수로서도, 교육자로서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 특히 하 이사장은 한번 시작한 일은 최고를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하 이사장은 말보다 행동을 앞세운다. 한번 결단하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지난해 11월 부임 후 공단의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사업의 공영화 전환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한 것도 ‘말보다 행동’을 추구하는 하 이사장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 이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국회를 찾아 기금 안정화 방안을 설명하고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수익금의 100%를 체육기금으로 조성하는 전문성을 갖춘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는 법이 마련됐다. 여기에 스포츠 융자 지원 대상을 기존 시설업 중심에서 생산·서비스업까지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끌어냈다. 공단 내외부에서 “스포츠 산업 전반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 이사장의 조직 장악력이 탁월하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하 이사장의 가장 큰 무기는 공단의 장단점을 훤히 꿰고 있다는 점. 하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스포츠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청렴’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지키겠습니다”라고 강조했고, 이를 곧바로 실천했다. 취임 후 윤리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실천 중이다. 스포츠 페어플레이 정신을 조직문화로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공정 인사 및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해 노조대표가 참여하는 ‘청렴도 향상 추진단’을 가동해 운영 중이며, 전 채용과정의 일상감사 의무화, 인사 방향 사전 공지, 특별승진 공적 공개 등의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내부 갑질 및 보조금 부정수급 방지를 위해 새로운 통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사장 취임 후 역대 최단기간 내 윤리경영위원회를 개최(평균 60일 → 24일)했으며, 기관장의 윤리경영 관심도 부문에서 91점을 기록하며 기금유형 평균보다 16.4점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매서운 결단력 때문에 강한 인상을 풍기지만, 속은 무척 부드럽다. 하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친근한 동네 아저씨 느낌이 난다. 자신을 과대 포장하거나, 권위를 앞세우는 일도 없다. 단점을 지적하는 대신 장점을 칭찬하고 더욱 발전하도록 배려한다. 그는 꼼꼼하고 세심하다. 특히 직원들에게 따뜻한 정을 건넨다. 권위는 땅에 버리고, 직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하면서 사기를 북돋웠다. 간섭을 자제하고,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들어준다. 과거 이사장들은 대부분 실장, 팀장이라는 필터 과정을 거쳤지만, 하 이사장은 직원들과 일대일로 만나 뜻을 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게 한평생 스포츠와 함께한 하 이사장의 제1의 원칙. 그가 이사장에 오른 후 “직원들과 함께 신명 나는 일터를 가꿔 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단체가 되자”는 말을 유독 자주하는 이유다.
물론 하 이사장은 ‘쓴소리’를 할 땐 거침이 없다.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언을 하곤 한다. 그래서 하 이사장은 가끔 ‘오해’를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마냥 강한 것은 아니다. 참모의 의견을 늘 존중한다. 겉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만, 안은 여리고 순진한 사람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선수 시절, 열심히 훈련하고 궂은일을 마다치 않으며 부지런하게 뛰어다녔던 그는 부지런함이 몸에 뱄다. 솔선수범하기에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진정성이 스며있다.
하 이사장은 한두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장점을 종합하면, ‘한판 리더십’이란 비유가 가장 잘 어울린다. 조직을 틀어쥐는 장악력, 한번 마음먹으면 곧바로 관철하는 결단력, 지고는 못 사는 승부근성까지. 체육계에선 하 이사장을 두고 “체육공단이 추진하는 스포츠 복지 실현과 대한민국 스포츠 산업의 도약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한다.
하 이사장의 앞엔 적지 않은 숙제가 있다. 오는 27일부터 아시아 최대 규모 스포츠레저박람회인 스포엑스(SPOEX)를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하고, 7월 1일부터는 공단 자회사에서 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발행 사업도 시작된다. 특히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대한민국 체육예산의 90% 이상을 조성하는 중요한 사업으로 공익성과 건전성, 여기에 수익 중심 운영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다. 하 이사장은 ‘소통’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하 이사장은 스포츠 관련 정책이 일방적 추진이 아니라, 체육인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 이사장은 선수와 교육자, 스포츠 행정가로 모두 성공 행보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언제나 자신을 낮춘다. 하 이사장은 “각자의 몫을 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 것이 최고의 임무”라면서 “교수를 할 때부터 공단을 동경해 왔다.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나도 공단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뤄 정말 기쁘다. 국가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으니 언젠가는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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