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선보인 지 2년 만에 핵탄두 장착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최대 6000t급 핵추진잠수함(핵잠)인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및 ‘북한판 이지스함’ 2척 건조 모습을 지난 8일 공개했다. 북한은 2021년 핵잠 공식 설계 검토(기본설계)를 끝냈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독자 기술로 핵잠이나 ‘북한판 이지스함’을 건조하는 건 불가능하다. 철강 산업이 매우 낙후된 북한이 잠수함 압력선체용 HY-80 이상 특수강을 자체 제작·가공해 압력선체를 만들거나, 소형 원자로를 제작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김정은이 젊은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러시아에 파병한 대가로 소형 원자로와 수만 가지 부품·재료들, 이지스함 첨단 장비들을 지원받아야 핵잠·‘북한판 이지스함’을 건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북한 해군력 증강사업이 무서운 속도를 내는 것은, 김정은이 진두지휘하며 러시아 기술을 도입, 국가 총력전을 펴기 때문이다.
2020년대 후반쯤 동해에서 한반도를 향해 핵미사일을 날릴 북한의 대형 전략원잠 위협이 현실화돼 국제질서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등장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정부는 북·러 협력이 심화하고 북한 비대칭 전력이 대응 불가능할 수준까지 성장하는 동안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지 않으면 북한 전략원잠은 대한민국 미래에 끔찍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비닉(대외비) 사업으로 묶여 있는 국내 핵잠 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전환,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개발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에 방위비를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핵잠 기술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 핵잠이 동해 바다를 휘젓고 다닐 날이 코앞인데도 방산 현장에선 기막힌 안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핵잠 개발은 고사하고 북한 핵잠 등 수중 핵 도발을 막을 ‘수중 킬체인(Kill Chain)’ 핵심인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은 국익보다 사익(社益)을 앞세운 방산업체 법적 분쟁 등으로 1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방산업체가 정부 사업 일정·방식까지 쥐락펴락하고 방위사업청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보니, 해군참모총장이 나서 KDDX 건조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서신을 보내 ‘해군 함정 적기 전력화 필요성’을 읍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우리나라에 함정 방산 도움 청구서를 본격적으로 내밀 경우, 이지스함 설계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대량 요구할 수 있다. 그에 앞서 상세설계를 빨리 마쳐야 하는데, 사업이 지연될수록 미국 요구와 중첩돼 KDDX 사업 추진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런 마당에 방산 관련 정치권 인사들이 적기 전력화는 도외시한 채 특정 기업 이해관계에 매몰돼 ‘KDDX 사업을 다음 정권으로 미뤄야 한다’며 방사청에 압력을 가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핵잠·KDDX 건조 사업은 골든 타임을 놓쳐 북한에 뒤처지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