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이미 코니 배럿(오른쪽)을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AP 뉴시스
2020년 9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이미 코니 배럿(오른쪽)을 신임 연방대법관으로 소개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이 미국 사법부까지 표적으로 삼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시행한 각종 정책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지지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연방대법원 보수화의 상징적인 존재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마저 트럼프 지지자들의 분노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럿 대법관은 2020년 9월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별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여성 법조인이다. 이후 배럿 대법관은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 합헌 판결을 내리는 등 보수파가 손뼉 칠 만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지지층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로 배럿 대법관을 언급하고 있다. 예일대나 하버드대 출신 남성 법관이 아니라 여성인 배럿이 대법관 자리에 오른 것은 공화당 내 DEI 정서 때문이라는 취지다.

이 같은 공격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국제개발처(USAID)의 외국 원조와 관련한 하급 법원의 결정을 번복해 달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5-4로 기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배럿 대법관이 진보성향의 대법관들과 함께 기각에 표결하자 트럼프 지지층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워싱턴DC 연방 지법 베릴 하월 판사도 친민주당 성향 로펌의 활동을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제동을 걸자 노골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특히 공화당 소속 마이크 리(유타) 연방 상원의원은 하월 판사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부패한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실상의 ‘2인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미국에서 민주적 지배 질서를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판사들을 탄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판사들과 가족들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사법 행정 기구인 사법회의 실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제프리 서튼 판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판사들에 대한 위협을 언급하면서 "인터넷 때문인지,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기자
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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