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에 대한 예산 삭감에 나서면서 북한인권단체들이 자금난에 처한 가운데, 지난 2월 26일 미국 워싱턴DC의 하원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바닥에 누워 대외원조 삭감에 항의하고 있다.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에 대한 예산 삭감에 나서면서 북한인권단체들이 자금난에 처한 가운데, 지난 2월 26일 미국 워싱턴DC의 하원 건물 앞에서 시위대가 바닥에 누워 대외원조 삭감에 항의하고 있다. AP 뉴시스


■ 北인권단체도 ‘트럼프 유탄’

“무급휴직에 몰려 생활고 직면”
트럼프 해외개발 원조 중단에
USAID 계약 90% 폐지 진행

통일부 예산 18억→29억 불구
美 지원금의 10%에도 못 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예산 삭감을 위해 해외 원조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국내외 북한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언론 등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국내 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17일 “평상시라면 지난달부터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우리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가서 부대 행사를 열면서 북한인권 분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를 연다”며 “하지만 이런 경비를 집행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다들 무급휴직 상태에 몰려 생활고에 직면했다”며 “이 기간을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하지만, 영세 단체들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에서도 북한인권 분야의 자금난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은 문화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 내 인권 증진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은 최근 우리 사무소와 이야기를 나누며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 압박에 처한 현재 상황을 강조했다”며 “국내외 공공 및 민간 기부자 간 조율을 통해 이들 단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북한인권 시민사회와 소통하며 현황 파악에 나섰다. 통일부는 북한인권 시민사회단체 지원 예산도 지난해 18억3000만 원에서 올해 29억6000만 원으로 61.7% 늘렸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인권 분야는 전반적으로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통일부의 예산 증액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여전히 미국의 연간 지원금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워드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인권단체들은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많은 단체에서 직원들을 일시 해고하고 대부분 또는 전부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시민단체들이 핵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긴급 자금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 정부는 계속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향해 “사악하며 해체돼야 한다”고 말한 뒤 연 500만 달러에 달하던 북한 인권 관련 예산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다. NED는 의회가 국무부에 배정한 예산을 분배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월 공지를 통해 관련 단체들이 이미 자금을 지원받았더라도 자금 집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미 정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글로벌 뉴스 매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연방 기관인 미국 국제방송처(USAGM)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북한 인권, 내부 소식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해온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생존 위기에 처했다. 현재 VOA 공식 홈페이지에는 ‘방송국 사정으로 한국어 서비스 방송 등의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공지돼 있다. RFA와 VOA 외에 북한 내부에 네트워크를 두고 정보를 수집하는 데 특화된 언론 매체들도 운영 위기에 놓였다.

이시영·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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