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정·상호성 양자협정’ 언급
루비오, EU흑자 콕 찍어 언급
무역흑자국 한국도 예외 아냐
집권1기때 한미FTA 대폭 개정
재개정·대체협정 요구 가능성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전 세계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상호관세 부과 뒤 각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상호관세’로 선제공격을 퍼부은 뒤 자신들에 유리한 ‘룰’로 새로운 협정을 맺겠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매년 상당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주요 무역대상국인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리더십 부재’ 상태여서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에 대한 대응에 난항이 예상된다.
루비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공정성과 상호성의 새로운 기준을 바탕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를 기점으로 ‘기준선(baseline)을 재설정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는데, 관세 장벽과 비관세 장벽을 두루 고려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루비오 장관은 유럽연합(EU)을 콕 집어 “EU의 경제 규모는 우리와 거의 비슷하고 저임금 경제도 아니다”라며 “그런데 왜 그들은 우리와 무역흑자를 기록할까. 30∼40년간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불공정하게 대하는 것을 허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탈산업화로 인한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태동의 원인으로 이러한 무역 구조를 지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기 전인 1980년대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왔다”며 “이런 일(새로운 무역협정)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한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공격 대상이 주요 대미 무역 흑자국이었다는 점에 비춰 한국 역시 상호관세 부과 뒤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한·미 FTA가 크게 개정된 상황도 변수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캐나다·멕시코와 맺고 있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만들고도 2기 행정부에서 멕시코와 캐나다를 향해 관세 공격을 퍼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당시 직후부터 한·미 FTA를 ‘끔찍한 합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2017년 7월 우리 정부에 한·미 FTA 개정을 공식 요구했고, 양국은 같은 해 10월 한국산 픽업트럭 관세를 2040년까지 연장키로 하는 등 개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개정이나 아예 이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 협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 내용과 압박 수위는 다음 달 2일 공개가 예고된 국가별 상호관세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 관세의 4배’라고 주장한 바 있는 만큼 이를 지렛대로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한국의 모든 정책과 규제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가가치세’가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했던 점에서 조세제도 개정도 미국의 요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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