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임직원 및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국내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임직원 및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규탄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규제 밖 사모펀드 - <中> ‘파괴자’ ‘구원자’ 두 얼굴

기업 경쟁력보단 단기수익 도모
어피니티, 락앤락 공장 다수 넘겨

한앤브라더스 ‘차입금 돌려막기’
바디프랜드 인수 과정 법적다툼


사모펀드가 인수한 우량 기업들이 적자의 늪에 빠져드는 경우가 빈번한 이유는 적은 자본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뒤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투자 기법을 앞세우는 사모펀드가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인수 자금을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조달하는 ‘차입인수’(레버리지 바이아웃)로 진행해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데다 이후 무리하게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이른바 ‘액티 바이아웃’으로 불리는 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단기간 과도한 배당과 자산 매각으로 만신창이가 된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재계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을 인수한 IMM 프라이빗에쿼티(PE)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고배당 정책을 펼쳤다. 지난 2021년 IMM PE에 인수된 한샘은 2022년 132억 원, 2023년 747억 원 규모 배당을 했다. 당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2022년 713억 원 순손실에 이어 2023년에도 622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배당 규모를 대폭 확대함에 따라 2023년 주당 배당금은 4500원으로 전년(800원) 대비 5배 넘게 늘었다. 또 투자금 회수를 위해 알짜 자산도 팔았다. 사모펀드는 한샘이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부산에 마련했던 1만6000㎡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 부지를 매각했다. 다만 한샘 측은 경영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에 2017년 매각된 락앤락 또한 2023년 자본이 4600억 원으로 인수 전인 2016년 5850억 원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상장폐지까지 갔다. 수익성을 앞세워 한국 공장은 물론 해외 공장도 대부분 매각한 뒤 생산은 중국 기업에 위탁하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2023년엔 주식 유상 감자를 단행하고, 자본준비금 2925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시키면서, 오직 자금 회수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차입경영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안마의자 기업 바디프랜드는 창업주와 현 대주주인 사모펀드 한앤브라더스가 각각 횡령과 사기 혐의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앤브라더스는 ‘사모펀드 차입금 돌려막기’ 방식으로 바디프랜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금을 계약과 달리 속여 인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모펀드 차입금 돌려막기’란 외부 투자금이나 차입금을 활용해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결국 새로운 부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가 기업가치가 낮은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한 자극을 주는 메기 효과와 주주 환원 등의 순기능도 있다”며 “그러기 위해선 사모펀드도 MBK 파트너스와 같이 가치가 떨어진 기업을 업종 상관없이 무조건 인수하고 보는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특정 분야만 전문하는 사모펀드가 해당 분야 기업을 인수해 사업 가치를 높이는 방식의 전략적 투자자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례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권·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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