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전승훈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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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정부 ‘상속세 개편안’

現 유산세→유산취득세로 변경
총재산 기준 稅산출하는 구조서
각각 상속받은 금액따라 稅부담
20억 집, 배우자·2자녀땐 ‘0원’

다자녀·중산층 가구 혜택 전망
야권 “부자감세”… 시행 미지수


정부가 지난 12일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상속세 개편안을 내놨다. 물려주는 총재산 기준이 아니라 상속인들이 각각 물려받은 재산에 세금을 물린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상속세는 누진세 체계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유산취득세 적용으로 과세표준(과표) 구간이 낮아지면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1950년 상속세법 도입 후 75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는 셈으로 정부는 입법 과정을 거쳐 2028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 안에 대해 야당이 ‘부자감세’라며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 여부가 불분명하고 정부안과 별도로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데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포함하면 최대 6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 상속세란

사망으로 인해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무상 이전될 때 물리는 세금이다. 상속인들이 아무 대가 없이 재산을 취득하기 때문에 ‘불로소득’에 해당한다는 게 상속세 부과 근거다. 상속세법은 1950년 제정됐다. 제정 이유에 대해 법은 ‘소득세제에 대한 보완세로서 세수확보와 아울러 실질적 평등의 원칙을 실현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 같은 법에 근거해 지난 75년간 상속세를 내고 있지만 상속세가 없는 나라도 있다. 상속세에 대해 조세저항이 크고 전 세계적으로 폐지·축소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상속세 과세가 없는 나라는 호주 등 14개 국가다. 과세하는 24개국 중 15개국은 자녀 등 직계비속에 대해서는 면세 또는 감면 혜택을 준다.

2. 상속세 부과 방식은

상속세는 부과 방식에 따라 ‘유산세’와 ‘유산취득세’로 나뉜다. 우리나라가 채택 중인 유산세는 사망자가 물려주는 총재산을 기준으로 세액을 산출해 이 세액을 상속인들이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총재산을 나눠 받은 뒤 각각의 취득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부과대상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은 누진 체계다. 과표 기준 1억 원 이하 10%, 1억∼5억 원 20%, 5억∼10억 원 30%, 10억∼30억 원 40%, 30억 원 초과 50% 등이다. 이에 따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세금을 물리면 과세 대상 재산이 작게 쪼개지는 효과가 생기게 되고 최고세율이 낮아져 유산세 방식보다 각각의 상속인이 내야 할 세금이 줄게 된다.

3. 유산취득세 전환 이유는

정부는 12일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미 지난 2022년 7월 세제개편안 발표 때 유산취득세 도입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2년 8개월 만에 실제 추진에 시동을 건 것이다. 정부는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려는 배경에 대해 방안의 명칭 그대로 “상속세 과세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유산세 체계에서는 상속인이 받는 재산보다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과세의 기본 원칙인 ‘응능부담’(납세자의 담세 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OECD 회원국에서 상속세를 매기는 24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유산세 방식인 나라는 미국·영국·덴마크 등 4개국에 불과하다.

4. 인적공제는 어떻게 바뀌나

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라 인적공제 제도도 개별 상속인 기준으로 전면개편한다는 구상이다. 지금은 전체 상속액에서 일괄공제 명목으로 5억 원을 빼준다. 정부는 이 같은 일괄공제는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현재 1인당 5000만 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자녀공제를 기본공제로 삼고 10배 더 많은 5억 원까지 올린다는 방침이다. 직계존비속에는 5억 원, 형제 등 기타상속인에는 2억 원을 적용한다. 현재는 기초공제 2억 원과 자녀공제 같은 추가공제 합계 또는 일괄공제 중 큰 금액을 공제하고 있다. 그런데 자녀공제가 1인당 5000만 원이다. 금액이 작다 보니 결국 일괄공제를 택해 5억 원을 공제받는다. 이 때문에 자녀 수가 1명이든 6명이든 공제액은 같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정부 문제의식이다. 정부는 납세자별로 각자 공제를 적용한다면 공제의 실효성도 개선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다수 일괄공제를 선택하면서 미성년·장애인·연로자 추가 공제 적용도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5. 배우자공제는

국회에서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단 정부는 법정상속분 이내 최대 공제한도 30억 원을 유지하되, 10억 원까지는 법정상속분(배우자 대 자녀=1.5 대 1)을 넘어서더라도 공제가 가능하도록 조정하는 안을 냈다. 현재는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이 없거나 5억 원 미만인 경우 5억 원까지, 배우자가 상속받은 금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최대 30억 원까지 법정상속분에 따른 상속액을 공제해주고 있다. 정부안대로라면 법정상속분과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공제액이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2배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6. 인적공제 최저한도란

정부는 이와 별도로 ‘인적공제 최저한’을 새로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최소 5억 원을 더하면 10억 원까지는 사실상 ‘면세점’(免稅點)이 된다. 이를 고려해 최소 10억 원의 인적공제를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상속인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인적공제 합계가 10억 원에 미달한다면, 그 부족분만큼 추가로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70∼80대 고령층의 자녀들이 대체로 최소 2명인 현실을 고려하면, 자녀 2명 공제(5억 원×2=10억 원)와 배우자공제(10억 원)까지 최소 20억 원의 상속액은 내지 않게 되면서 면세점이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7. 세금은 얼마나 줄게 되나

가령 30억 원의 재산을 배우자(법정상속분 12억9000만 원)와 두 성인 자녀에게 각각 10억 원씩 상속하는 경우 현행 상속세는 전체 상속재산 30억 원을 기준으로 산출한 4억4000만 원이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면 배우자를 제외한 두 자녀만 각 9000만 원씩, 1억8000만 원의 세금을 내면 된다. 상속세가 약 60% 줄어드는 셈이다. 상속인별 부담액을 보면 배우자는 상속 재산과 같은 규모의 공제(10억 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세표준은 0원이다. 내야 할 세금이 없다는 뜻이다. 나머지 자녀들은 각각 기본공제 5억 원씩 받기 때문에 남은 5억 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이 경우 적용되는 최고 세율은 20%(과세표준 1억∼5억 원)다. 두 자녀가 각각 5억 원의 과세표준에 대해 20%의 최고 세율을 토대로 계산한 세금(각 9000만 원)을 내면 되는 것이다. 반면 기존 방식으로는 30억 원을 기준으로 최고세율이 매겨진다.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 공제(법정상속분 이내 최대 30억 원까지) 10억 원을 뺀 15억 원이 되고 최고세율은 과표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에 대한 40%를 적용받는다.

정정훈(왼쪽 세 번째)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정훈(왼쪽 세 번째)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 사전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 누가 혜택 보나

다자녀와 중산층 이상 가구가 보는 혜택이 클 전망이다. 우선, 자녀공제가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뛰면서 자녀가 많을수록 상속세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가령 배우자가 없는 피상속인이 15억 원의 상속 재산을 3명의 자녀에게 물려줄 경우 현행대로라면 일괄공제 5억 원을 제외한 과표 10억 원에 대해 2억4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하고 이 경우 자녀들은 각자 8000만 원씩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대로 하면 자녀 1명당 각각 5억 원의 공제가 적용돼 과세표준 자체가 0원이 된다. 서울 아파트 한 채 수준의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앞으로는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또 상속세는 상속재산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누진세율을 더 많이 낮출 수 있는 중산층 이상 부유층이 유리하다.

9. 조세 회피 방지책은

정부는 다양한 조세회피 방지책을 마련했다. 유산취득세로 전환되면 자산가들이 직계존비속 외에 먼 친척 등에 재산을 나누거나 양자를 들이는 방식으로 상속을 분산해 개별 취득액을 낮추는 수법으로 탈세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위장분할’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부과제척기간’(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 ‘우회상속 비교과세 특례제도’를 신설해 상속재산 30억 원 이상을 대상으로 상속 개시 후 5년 내 증여를 통한 우회상속으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 것이 확인되면 추가 과세할 계획이다. 아울러 앞으로는 특정법인(지배주주 등의 직간접적 주식 보유 비율이 30%인 영리법인)에 피상속인(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이 유증하면 그 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상속재산으로 취득한 것으로 판단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10. 남은 쟁점은

정부는 입법예고와 공청회를 거쳐 오는 5월 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기업의 승계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고세율 인하’(50% → 40%)와 ‘최대주주 할증폐지’(최대 60%) 등을 추진했지만 ‘부자감세’ 프레임에 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산취득세 역시 도입 방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야당은 지난 2년간 9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2조 원 안팎의 세수 감소를 초래할 유산취득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현행 유산세 방식의 비합리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세수 보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는 납세자가 생전에 소득세와 증여세를 납부한 다음에 형성한 재산에 매기고 있다”면서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선 유산취득세 등 상속세를 소득·증여세 등과도 연동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수진·전세원 기자
박수진
전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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