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의 모모스커피 공장에서 국내·외 유명 대회에서 우승한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모모스커피 제공
부산 영도구의 모모스커피 공장에서 국내·외 유명 대회에서 우승한 바리스타들의 커피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모모스커피 제공


■ 로컬인사이드 - 항구도시의 ‘향긋한 변신’

커피산업, 도시재생 핵심으로
카페, ‘맛+경험’ 공간 탈바꿈
동백향 커피믹스 등 브랜드화
교육·창업 컨설팅 복합공간도
市, ‘R&D 클러스터’ 구축 추진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커피가 지역에 사람을 끌어모으는 산업이 되려면 이제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17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해안가 산복도로의 골목을 따라 들어가자 바다 내음과 함께 커피 향이 퍼졌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카페들이 늘어선 이곳에서 ‘에테르’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김승찬 에테르 대표는 “외국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문화가 형성되는데, 부산에서도 이런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고 전문 업체와 협업해 커피의 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카페 공간을 다양한 경험의 장으로 만들었다. 에테르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와 네트워킹 행사, 바리스타 대회 애프터 파티 등도 열린다.

이처럼 부산의 커피 산업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 산업과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커피 산업은 단순히 ‘맛’만이 아닌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부산 영도구의 커피 전문점 ‘385 로스터스’의 배석민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커피 믹스, 캐러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부산 영도구의 커피 전문점 ‘385 로스터스’의 배석민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커피 믹스, 캐러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영도구의 또 다른 커피 전문점 ‘385 로스터스’의 배석민 대표는 커피를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커피를 로스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85 로스터스에서는 원두뿐만 아니라, 직접 개발한 커피 믹스와 캐러멜, 기념품 패키지까지 판매한다. 특히 부산을 대표하는 동백을 활용한 ‘동백 향 커피 믹스’는 특허를 획득하며 차별화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배 대표는 “부산 커피 산업이 성장하려면, 단순한 카페 창업이 아니라 제품화와 브랜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모모스커피’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곳의 전주연 대표는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 우승을 계기로 성장한 모모스커피를 운영하며, 영도에 1818㎡(약 550평) 규모의 커피 공장을 두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복합 공간으로 활용된다. 디제잉 파티, 영화 상영회, 시 낭송회, 빈티지 가구 전시 등이 정기적으로 열리며 세계적 바리스타 초대 행사,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의류 론칭 쇼도 진행된다. 최근에는 요가와 아침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커피’라는 개념을 접목하고 있다. 전 대표는 “커피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영도구는 수리 조선업이 지역 경제를 이끌었으나, 산업구조 변화와 지역 노후화로 인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지속되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 전문 커피 업체가 늘어나면서 부산시와 영도구는 커피 산업을 도시 재생의 핵심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2021년 12월, 커피 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봉래동 물양장 인근에 조성된 ‘블루포트 2021’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이곳은 커피 교육, 바리스타 트레이닝, 창업 컨설팅까지 진행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영도구 담당자는 “커피 대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로스팅 연습을 하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 지난해 3월에는 30일 중 15∼20일이 대관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최근 국비 12억 원을 확보해 영도구에서 ‘커피산업 생태계 연구·개발(R&D) 클러스터 구축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스마트 커피물류 플랫폼 활용 △커피 R&D 혁신 및 첨단화를 통한 제품 고도화 △커피 관광 및 히트 상품 개발 등을 목표로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영도뿐만 아니라 온천천, 전포 카페거리, 해리단길 등 부산 곳곳에서도 커피 문화가 확산되며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흐름을 동력으로 삼아 커피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22년 ‘부산광역시 커피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커피 기업 육성, 인력 양성, 글로벌 커피 행사 유치를 통해 ‘커피 도시 부산’ 브랜드화에 집중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앞으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커피 물류와 인공지능(AI) 기반 생두 데이터 분석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부산을 글로벌 스마트 커피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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