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안국동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이뤄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는 보수 대 진보 간의 2025년판 역사전쟁이다. 역사의 정통성을 보수 쪽에 둘 것이냐, 진보 쪽에 둘 것이냐를 둘러싼 싸움이다. 보수 측이 시위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보다 탄핵 후 대한민국이 종북 좌파 세상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나, 진보 측이 시위에서 탄핵과 정권 교체를 기정사실화하면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심각한 사법 리스크에 눈감는 것은 이런 이유다.
최근 개봉된 다큐멘터리 ‘힘내라 대한민국’(감독 금기백·애진아)을 둘러싸고 “해방 후 공산당 세력의 국가전복 행태를 환기시켜준 영화” “역사학계의 정설과 거리가 먼 극우적 역사관을 드러낸 영화”라는 찬반이 팽팽히 갈리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 다큐는 조선공산당 지도자 박헌영이 해방 후 벌인 폭동과 김일성의 6·25 남침, 김신조 등 북한 무장 게릴라의 1·21 청와대 습격 미수, 판문점 도끼 만행,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858 폭파,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지난 80년간 공산당 세력의 만행을 생생하게 담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나라가 이 같은 파괴 행위와 도발을 이겨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된 것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 말 개봉 후 보름간 관객은 6만6000명 선이다. 지난해 다큐 ‘건국전쟁’이 개봉 10일 만에 관객 30만 명을 넘어서며 돌풍을 일으킨 것과 대비된다.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분투기를 다룬 ‘건국전쟁’이 보수·중도층의 공감을 샀던 것과 달리 ‘힘내라 대한민국’은 탄핵 반대라는 정파성으로 인해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힘내라 대한민국’은 해방 80주년, 6·25전쟁 75주년을 맞은 올해, 과거를 되돌아볼 계기를 제공해준다. 특히, “인생의 목숨은 초로(草露)와 같고, 조국의 앞날은 양양하도다”는 ‘충정가’ 대목에선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아아 이슬같이 기꺼이 죽으리라”로 끝나는 이 노래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로 시작되는 ‘전우야 잘 자라’와 함께 6·25 전장에서 애창됐다. 보수 집회에도 ‘양양가’라는 애칭으로 제2의 애국가처럼 불린다. 6·25 때 노래가 소환된 것은 상황이 그때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