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野 원로들도 점령군 행태 우려
카톡 검열과 여론조사 관리법
국가체제 바뀔 수 있다는 공포

“대만해협이 우리와 뭔 상관?”
셰셰式 안보관은 심각한 위험
반일 민족주의 탈피할지 의문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약점이 있다. ‘이재명 포비아(Phobia·공포)’다.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재명 정권’이 만들려고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너무 두렵고 걱정된다는 국민 정서가 깔려 있다. “점령군 같은 모습을 보이면 절대 안 된다”고 당 원로들이 쓴소리를 건넬 만큼 ‘점령군 이재명’의 이미지는 포비아가 됐다. 중국에…‘셰셰’ 발언, 29번의 줄탄핵에, 한덕수 대행에 이은 최상목 대행 탄핵 압박, ‘대국민 카톡 검열’에 ‘여론조사 업체 관리법’까지. 역대 대통령도 만나지 않았던 시중 은행장들을 만나면서 진짜 점령군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한마디로, 중국에 “셰셰”하며 입법·탄핵 폭주를 이어온 이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국가 체제를 바꾸는 등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공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등하는 이유도, 12·3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는 것보다 이재명 포비아에 대한 보수 결집의 측면이 강하다.

그동안 이 대표가 보여준 외교안보관은 이재명 포비아의 핵심이다. 이 대표가 대한민국을 수호할 책임 있는 국가원수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발언에 대한 정책 검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최근 바뀐 국제 정세는 우리의 안보 불안을 그 어느 때보다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외교안보에 대한 이 대표의 노선을 국민이 제대로 파악하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즉, 한국이 베트남이나 우크라이나처럼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안전보장 장치가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휴전협상을 위해, 러시아 대통령과는 손을 잡으면서 피침략국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고 약소국을 버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대한민국이 자칫 ‘아시아판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22일 충남 당진의 전통시장을 찾아 왜 중국에 집적거리냐며 “(중국에) 그냥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며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냥 우리는 잘살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1월 9일 경제 연구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분쟁으로 가장 큰 유탄을 맞는 대한민국은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23%가 줄어드는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대만해협 문제는 ‘남의 일’이라는 이 대표의 시각과 결이 다르다.

이 대표 발언은 중국몽(China Dream)으로 알려진 시진핑(習近平)의 국가 대전략에 손을 뻗는 언사로 볼 수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타파하려는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state)의 위상에 영합하려는 인식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대만해협 문제는 이 대표의 말처럼 ‘우리와 상관없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에 직결된 문제다.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당연히 주한미군이 우선적으로 전진 배치될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우리와 상관이 없겠는가? 대만해협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할 게 뻔하고, 당연히 주한미군이 동원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한미동맹에 따라 대한민국의 직·간접적인 연루 가능성이 커진다. 즉, 중국 역시 주한미군의 대만 이동을 막기 위한 작전으로 조중(북·중)동맹에 따라 북한의 도발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해협 문제로 인해 한반도에서 ‘제2의 6·25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대만해협 문제는 이 대표의 주장과 달리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및 경제와 직결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해 미·중 패권전쟁의 대리전으로 ‘제2의 6·25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의 동맹인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참전해 휴전선을 넘어 밀려오게 된다. 그러면 이 대표는 어찌할 것인가? 이 상황에서도 중국에 “셰셰” 하고 말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인 일본과 연대하지 않고 ‘반일(反日) 민족주의’ 노선을 고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답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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