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이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급대원의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겠다"며 노조 조끼를 벗고 있다. TV조선 방송 캡쳐
김성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이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급대원의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겠다"며 노조 조끼를 벗고 있다. TV조선 방송 캡쳐


신고하면 달려오는 119구급대원 보여주고파
응급환자 치료 지연, 구급대원까지 전가



119구급대원들은 의정 갈등 장기화로 지속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김성현 서울소방지부 구급국장은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는 현재 119구급대원으로, 노조의 명의를 빌려서 (이곳에) 왔다"며 "작년 ‘응급실 뺑뺑이’ 이슈 이후 잘못된 인식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서 노조 조끼를 꼭 입고 참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왜곡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저희는 시민분들이 신고하면 달려오는 119구급대원"이라며 "그래서 저는 이 조끼를 벗고 구급대원의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겠다"고 말했다.

노조 조끼를 벗은 김 국장은 지난 16일 외국인 임신부가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출산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구급대는 인하대병원을 비롯한 인천·경기 일대 병원 12곳에 문의했으나 "산과 진료가 어렵다"거나 "임신 주수가 확인돼야 진료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산모는 2시간가량 대기하다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고, 인하대병원은 아이를 낳고 나서야 응급 상황을 인정하고 산모와 신생아를 수용했다.

김 국장은 "현재 응급실 과부하 문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각하게 지속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그 결과 응급 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구급대가 여전히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은 국민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응급환자의 치료 지연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원에게까지 전가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로 많이 지쳐있다"며 "이제는 몸도 마음도 상처만 쌓여가고 있다"고 했다.

김 국장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구급대원들이 환자 상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응급의료 시스템에서는 환자 상태를 과대평가해야 하며 이를 위한 개선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이날에도 경기 안산시에서 양수가 터진 임신부가 수십 곳의 병원에서 거절당한 뒤 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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