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복궁 앞 ‘배짱’시위대
집회·시위 물품 심사 ‘허술’
‘준비물’로 기재땐 제한 없어
과태료 경고했지만 꿈쩍 안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안기고 있는 경복궁 일대의 인도를 점령하면서까지 정치 투쟁을 이어가는 야당을 비롯한 대통령 탄핵 찬성 단체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불법 설치한 시설에 대한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철거 명령도 무시하고 무질서와 불법을 양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18일 서울 종로구에 따르면 경복궁 인근 보도에는 이날 기준 38개의 천막과 크기가 작은 10여 개의 텐트 등이 설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과 노동계, 시민단체들이 설치한 천막 농성장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지난 8일 진행된 탄핵 찬성 집회 때 처음으로 천막이 설치된 이후 11일부터 천막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 이번 주에 더 늘어났다”며 “천막 사이에 설치할 수 있는 크기가 작은 텐트의 경우 매일 정확한 숫자를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곳저곳에 난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법에 따르면 인도나 차도에 무단으로 천막을 설치하는 건 불법이다. 실제 도로법 제61조, 제75조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두거나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 등 도로관리청의 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해서도 안 된다.
앞서 1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이유로 광화문에 설치된 천막에 대해 변상금·과태료 부과 등 엄중한 대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도 꿈쩍 않는 배경에는 허울뿐인 집회·시위 물품 심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재 천막을 설치해 농성을 진행 중인 야당과 시민단체 측은 “집회·시위 신고를 했고, 천막은 집회·시위 물품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집회·시위를 개최하기 위해 작성하는 옥외집회 신고서에 ‘준비물’로만 기재하면 시위 물품을 개수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집시법에 따르면 천막이 시위 물품에 해당하는지 등 시위 물품 해석은 경찰이 하고 있다. 물품 신고를 할 때 무엇을 적든 경찰이 따로 심사하지 않고 있어 접수 내용을 그대로 받아주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문화유산인 경복궁 인근 일대에 설치한 천막이 문화재 보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막농성장 일대는 문화재 주변 100m 이내에 지정되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그중에서도 문화재에서 가장 가까운 1구역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 자치구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건축물이나 시설물을 설치하는 경우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토하는데, 종로구는 아직 천막을 시설물로 볼 수 있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에서 시설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면 자치구는 전문가들과 함께 천막이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영향성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여기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고, 국가유산청 심의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리면 종로구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김군찬·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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