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에 ‘신상필벌 원칙’ 강조
국적 불문 인재 영입 메시지도
전문가 “컨트롤타워 복원 절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고 경영진이 최근 임원진을 대상으로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할 때라고 강조한 것을 두고 전방위적인 쇄신 작업과 인사 태풍을 예고한 것이라는 재계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관세전쟁, 중국발 덤핑 공세 등 복합위기를 맞아 삼성만의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 재건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인재 제일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8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진은 지난달 말부터 경기 용인 연수원에서 계열사 전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미나에서 영상을 통해 사업부별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하며 ‘독한 삼성인’이 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선 삼성이 그간 목소리를 낮춰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메시지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유명한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 버금갈 수준의 파급력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 인재를 국적·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와야 한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이 회장이 최근 사장단에게 신상필벌 원칙을 강조하며 필요 시 수시 인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선 본격적인 그룹 쇄신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의 최대 수혜주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다움’ 복원의 핵심인 초격차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컨트롤타워 부활을 꼽았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AX(AI 전환) 시대로 진입한 만큼 재무 중심 관리형 조직(미니 컨트롤타워)으론 조직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판단을 내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삼성은 하나의 큰 선단으로 비즈니스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타워 복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언어에 능통하고 아래로부터 보고되는 전문적인 내용까지 통찰할 수준의 해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핵심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성훈·이예린 기자
김성훈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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