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합니다 - 回婚맞은 나의 아빠 김종해 시인과 엄마 박영자 여사 <상>상>
봄이 왔습니다. 우리의 봄날을 늘 응원해주는 부모님께서도 새봄의 희망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해마다 1월 1일 새날이면 부모님은 새해 달력을 준비해서 시집, 장가간 아들딸의 각 가정에 선물해 주십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달력을 준비해주신 아빠는 막내딸이 꼼꼼하지 못하게 친정에 놓고 간 달력을 챙겨 가라며 다시 다정한 전화를 주셨어요. 그렇게 선물받은 일 년 열두 달 그 시간들은 부모님이 내게 주신 생명처럼 올곧게 살아가야 할 날들을 의미하는 것만 같아서 저는 올 한 해도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어린 시절 일찍 아버지를 여읜 아빠는 남들보다 일찍 강해져야 했고 책임감으로 단단해지셨던 것 같습니다. 아빠의 그 단단함이 궁금했던 사춘기 시절의 저는 이제 오십이 넘어서야 아빠의 그 시간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영글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가을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한 해쯤 지난 후였어요. 아빠가 운전하는 차 뒷자리에 앉은 어느 가을 아침이었는데, 늦잠도 못 자게 깨워 아침 드라이브를 하자던 아빠에게 조금은 뽀로통한 마음으로 따라나서 대답조차 잘 하지 않고 있던 제게 “떨어지는 낙엽들이 다 어디로 가는지 이제 아빠는 물어볼 사람이 없다. 봄비야. 아빠는 고아야”라고 혼잣말처럼 하셨습니다. 그 말이, 운전대를 잡고 잠시 가을 산을 바라보던 그 뒷모습이 해마다 가을 낙엽을 볼 때마다 떠오릅니다. 강인하고 빈틈없어 보이지만 쓸쓸함이 배어 있던 아빠의 그 모습은 작은 막내딸이 아빠를 이해하는 가장 큰 장면이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좋은 새엄마에게서 자랐던 엄마는 그래도 평안한 어린 시절과 독서에 빠져 지낸 소녀 시절을 보낸 만큼 세상을 보는 부드럽고 유연한 시각을 가질 수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어떤 일들도 어떤 상황도 누구의 탓을 하기보다 그럴수록 나의 내면에 집중하게 만드는 엄마의 시선은 우리에게 여유를 가르치셨습니다.
문학소녀였던 엄마가 투고한 글이 문학잡지에 실리고 그 글을 우연히 보게 된 아빠로부터 두 분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시인인 아빠 덕분에 제 어린 시절에는 자랑할 만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두 분의 결혼 전에 이미 제 할아버지 두 분은 돌아가셨기에 새해에 인사드릴 할아버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새해가 되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늘 찾아뵙고 세배를 드렸던 무척이나 인자하신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 집에 찾아오는 가장 어린 저를 제일 큰손님처럼 반겨주시고 예뻐해 주시던 유난히도 손이 컸던 할아버지. 그분의 무릎에 앉아 인사 오신 다른 어른들의 세배까지 의도치 않게 함께 받았지요. 어린 시절 기억 속의 그 할아버지가 청록파 시인 박목월 선생님이셨다는 걸 안 건 중학생이나 되어서였습니다.
막내딸 김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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