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여야가 앞다투어 중도층과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한 감세 카드를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18일 부동산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지방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소득세 과세표준구간을 끌어올려 근로소득자 1인당 평균 15만 원을 깎아주기로 했다. 상속세 공제액 상향을 포함해 여야는 상속세·부동산세·근로소득세 등 전방위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감세는 보수 정당의 의제였고 민주당은 재정 확대에 치우쳤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가 조기 대선을 의식해 적극적인 감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이미 심각한 세수 부족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야당 제안대로 근소세를 개편하면 약 3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여당 제안대로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면 2조 원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3월 국회에서 20조 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는 1.5% 저성장이 예고되고 핵심 산업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섰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발 과잉생산으로 쑥대밭이고, 자동차 산업도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법인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2023년 56조 원, 2024년 30조 원에 이어 3년 연속 세수 부족 경보가 울렸다. 과감한 정부 지출 구조조정이 없다면 거액의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고 재정 부담만 늘어난다.

저성장 국면에서 감세는 경제 활력을 자극하기 위한 효과적 선택이다. 여야가 비전 경쟁에 자신이 없다보니 정략적 감세 경쟁에 몰두하는 게 문제다. ‘넓은 세원-낮은 세율’의 조세 기본 원칙까지 허물고, 상속세 개편에도 가장 중요한 ‘최고세율 인하+대주주 할증 폐지’는 빼버렸다. 지난 대선·총선 때도 여야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세 2년 유예엔 재빨리 합의한 반면 재정 준칙 도입은 외면했다. 이런 포퓰리즘 감세는 재정 위기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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