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1일 우리 가족 송년의 밤. 군 전역을 한 손자도, 해외에서 일하던 손녀도, 5세 증손녀까지 빠짐없이 본가에 모였다.
2024년 12월 31일 우리 가족 송년의 밤. 군 전역을 한 손자도, 해외에서 일하던 손녀도, 5세 증손녀까지 빠짐없이 본가에 모였다.


■ 사랑합니다 - 回婚맞은 나의 아빠 김종해 시인과 엄마 박영자 여사 <하>

평생 시를 써오신 아빠의 책장은 늘 넘쳐날 듯한 책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런 환경 때문인지 두 오빠 역시 글을 쓰고 출판을 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 집에 있던 그 많은 책보다 엄마 아빠가 틀어놓은 큰 전축에서 흘러나오던 가사 모를 노랫소리와 악기 소리가 더 좋았던 전 글보다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데 제가 원하던 최고의 대학에 합격소식을 전한 날 부모님은 잘했다, 장하다를 넘어서 고맙다 하셨습니다. 부모님이 전하신 그 고마운 마음은 그날부터 제게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날의 ‘고맙다’란 말씀은 제 의지와 저의 행동으로 이루어진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가 되는지, 나의 세상이 다른 세상과 만나는 순간들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더듬어 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시절 아빠의 신문 넘기는 소리에 잠을 깨고 엄마의 따뜻한 손길에 등교 준비를 마치면 “너는 우리 집을 환하게 비추는 등불”이라며 어린 막내에게 건네주시는 아침 등교 인사는 나를 사랑하는 굳건한 마음과 긍정 마인드로 마법이 되어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면 부모님의 몸짓과 정서는 제가 세상에서 배운 첫 번째 언어였습니다. 그렇게 나에게 세상은 그 어떤 계절을 지나더라도 결국에는 꼭 봄이 되었습니다.

80이 넘은 지금까지도 시를 쓰시고 늘 부지런하게 그날그날의 생활을 만들어 가시는 아빠와 아직도 독서를 즐기시며 밑줄 긋고 읽어가신 귀한 책들을 손주와 자녀들에게 하나하나 추천해주시는 엄마, 두 분이 지켜주시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단단한지 저희는 다 느끼고 있습니다. 현관 비밀번호를 잠시 잊은 아빠의 전화와 가끔 작은 도움이 필요하시다는 엄마의 전화는 흐르고 있는 세월을 문득 생각하게 하지만 이렇게라도 옆에서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이 또한 감사한 시간들입니다.

지난 12월에는 부모님의 결혼 60주년인 회혼식을 축하해 드리는 가족모임이 있었습니다. 오빠 둘에 막내로 태어난 저까지 5명의 우리 가족은 이제 각자가 이룬 가정까지 모두 17명이 되었어요. 다른 가족들처럼 만나면 시끄럽고 이 나이에도 아웅다웅하는 그저 보통의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 보통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크게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세상을 걸어가는 데 고독하지 않을 형제와 가족을 주신 부모님, 엄마 아빠와 함께한 모든 날이 저에게는 봄이었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것이 세상살이라는 걸 막 알게 된, 오십이 넘은 나를 지탱하고 토닥여주는 부모님 두 분이 우리의 날들에 가장 큰 힘이 되었음을 순간순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의 과제는 내 아이들에게 그리고 세상의 자그마한 어느 곳에라도 그 따스함을 전달하며 사는 것임을 알게 해 주신 부모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막내딸 김봄비

그대 앞에 봄이 있다(김종해 詩)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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