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만큼 AI반도체도 중요 정부 소버린 AI 지원 나섰지만 국내 반도체 확보 계획은 소홀
고성능 엔비디아GPU 좋지만 국산 AI반도체 활용 확대해야 국가AI컴퓨팅 솔선수범 필요
중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딥시크가 보여준 인공지능(AI) 개발 성공 사례는 AI 기술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전까지 대규모 AI 모델 개발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딥시크의 성공은 비교적 작은 기업에서도 이러한 개발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정부는 우리나라의 독립적인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소버린 AI’ 개발을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의 일환으로 ‘국가AI컴퓨팅센터’를 만들고, 내년 상반기까지 AI반도체 1만8000장을 확보해서 AI 개발에 필요한 대용량의 컴퓨팅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상이 추진 중이다. 현재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확보하려는 AI반도체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들이다. 그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AI반도체를 확보하려는 계획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AI 기술 역량을 시급히 확보하기 위해 고성능의 엔비디아 GPU를 대량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구동하는 AI반도체의 기술 역량 확보도 필요하다. 중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자국 기업인 화웨이의 AI반도체를 활용하며,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개발한 AI반도체를 사용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스타트업 기업이 AI반도체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들의 성과를 국가AI컴퓨팅센터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성능이나 안전성 면에서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국산 AI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AI 응용이 요구하는 컴퓨팅 성능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다소 성능이 떨어지는 AI반도체라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화웨이의 AI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으며,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자체 개발한 AI반도체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활용한다. 이러한 접근은 초기 단계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지속적인 개선과 투자를 통해 기술적 격차를 좁히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해준다.
AI반도체 활용에 있어 주된 장벽은 성능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간의 호환성 부족이다. 엔비디아 GPU가 널리 사용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쿠다’라는 소프트웨어 환경에 대다수 개발자가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개발자가 이미 익숙한 쿠다 환경을 버리고 새로운 AI반도체로 전환하기를 꺼린다. 국산 AI반도체도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문제에 취약하므로 이를 극복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대학에서 국산 AI반도체를 사용하는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국산 AI반도체를 사용하는 과정이 엔비디아 GPU보다 다소 번거로울 수 있다. 하지만 잘 개발된 교재와 체계적인 교육을 한다면 학생들이 큰 불편 없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수업을 통해 국산 AI반도체 사용에 익숙해진 학생이라면, 수업 시간 외에도 AI 관련 연구를 진행할 때 자연스럽게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학원이나 연구소에서는 엔비디아 GPU가 부족해 AI 연구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충분한 GPU가 제공되지 않아 우수한 AI 연구 성과를 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엔비디아 GPU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할 기회가 제공된다면 이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원도 늘어날 것이다. 또한, 이들이 졸업한 뒤 기업에 취직하면 회사 프로젝트 개발에서도 국산 AI반도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산 AI반도체를 활용한 수업을 위한 교재 개발 비용은 최신 GPU 몇 대 값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국가AI컴퓨팅센터에서 GPU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에 작은 일부만 활용해도, 전국의 많은 대학에서 국산 AI반도체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문서편집기 ‘한글’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도 정부 기관에서 이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AI반도체 분야에서도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해 준다면 국내 기술의 자립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