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204명이 찬성한 탄핵안
내란죄 빠져 소추동일성 훼손”
가결 정족수 원인무효 주장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종결 후 23일째 선고기일을 잡지 못하면서 여권과 일부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기각’ 대신 ‘각하’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한 점 등을 이유로 탄핵소추가 부적법하게 이뤄진 만큼 이를 각하하고 국회에서 다시 탄핵소추안을 재의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탄핵소추 핵심사유인 내란죄가 철회되면서 동일성이 훼손된 데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채택할 수 없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채택한 점 등 절차적 흠결이 나타난 만큼 각하한 뒤 국회에 탄핵소추안 재의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각은 소송이 형식적 요건은 갖췄으나 실체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소송을 종료하는 것이고 각하는 제출된 소장에 흠결이 있는 등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해 소송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끝내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찬성 204명으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으나 내란죄 부분을 제외할 경우 소추 안이 무효가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재의결할 경우 앞서 탄핵에 찬성했던 국민의힘 의원 12명 중 상당수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 부분을 철회한 것이 탄핵소추 사유의 중대한 변경에 해당해 처음 소추된 안이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며 “탄핵소추가 정치적 도구로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헌재가 윤 대통령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하와 기각 확률을 각각 80%, 20%로 예상했다. 절차적 흠결이 있는 만큼 사건을 각하할 가능성이 크고, 각하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각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도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탄핵소추안 핵심인 내란죄 철회로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다”며 “소추사유 철회에 국회 결의도 없었으므로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권 논란이 불거진 점도 각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헌재에서 이미 비상계엄과 내란 행위에 관한 심리가 이루어져 각하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헌법재판연구원장 출신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절차적 적법성을 따져 사건이 각하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데 그만큼 본안에 관해 반대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절차적으로 전혀 문제없고, 각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후민·이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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