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주 좋은 통화 마쳐 러·우크라 요구안 조정 순조” 美, 우크라 원전 소유도 제안
사우디서 해상휴전 논의키로
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에너지·인프라 분야에 대한 부분 휴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정보 공유를 지속하겠다고 약속했고, 인프라 보호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발전소에 미국이 소유권을 갖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측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면 휴전을 염두에 둔 해상 휴전까지 부분 휴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 공유 문제 등 종전까지 합의해야 할 사안들이 많아 여전히 완전한 종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아주 좋은 통화를 막 마쳤다”며 “통화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논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요청과 요구사항을 조정하기 위해 어제(18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우리는 매우 순조롭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동으로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환상적인 통화”라고 평가한 뒤 “양국이 전쟁 종식을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영구적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격전지인 쿠르스크 상황을 검토했으며, 전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양측 국방 담당자 간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 방어를 위한 (미국의) 정보 공유는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면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한 정보 공유 중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다.
자신의 27살 생일 하루 뒤인 19일 포로 생활 3년 만에 러시아에서 석방돼 우크라이나에 돌아온 안드릴 오렐이 비공개장소에서 마중 나온 애인 알리오나 스쿠이비다를 얼싸안고 있다. 해병대원인 오렐은 결혼을 앞둔 지난 2022년 4월 마리우폴 공방전 중 포로로 잡혔다. 이들 옆에 군 관계자가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를 들고 있다.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부분 휴전에 따라 175명씩 포로를 교환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력 및 유틸리티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원전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루비오 장관 등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소유하는 것이 우크라이나 인프라를 보호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양측 실무팀이 만나 에너지 분야 부분 휴전을 흑해에서의 해상 휴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전날 통화 이후 미국 측은 부분 휴전을 ‘에너지와 인프라’(energy and infrastructure)라고 하고, 러시아 측은 ‘에너지 인프라’(energy infrastructure)라고 밝혀 혼선이 빚어진 것과 관련, 레빗 대변인은 “백악관이 제공한 설명자료를 따르라고 하고 싶다”며 “그것이 우리의 이해이고 진실”이라고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면 휴전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우리 군대가 쿠르스크 지역의 영토에 있는 동안에는 휴전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