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3만여 명의 러너가 지난 16일 열린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에서 서울의 봄을 달렸다. 서울마라톤은 세계육상연맹이 공인한 국내 유일의 최상위 등급(플래티넘 라벨)이자 세계육상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세계적인 국제 마라톤 대회다.
마라톤은 ‘육상의 꽃’으로 불린다. 프로 선수들은 105리(42.195㎞)의 거리를 최소 2시간 이상 달려야 한다. 쉼 없이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 잠깐 쉬고도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한국 마라톤 최고 기록 보유자인 이봉주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단 한 번 넘어졌을 뿐인데 선두를 따라갈 수 없었다. 하물며 화장실에 갔다가 온 뒤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실제 레이스 도중 화장실에 다녀오고도 우승한 선수가 있다. 1970년대 중반 미국에서 달리기 붐을 일으킨 프랭크 쇼터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73년 일본에서 열렸던 비와코 마라톤대회에서 경기 도중 심판의 허가를 얻어 화장실에 다녀오고도 우승까지 했다. 초청선수로 참가한 그는 출발부터 여유를 부렸다. 그러다가 10㎞ 지점에서 마신 음료가 탈을 불러왔다. 복통 증세는 점점 아랫배를 조여왔고, 급기야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코스에서 이탈해 풀숲에서 실례를 했다. 불과 20초 사이에 벌써 2명이 앞서 나갔다. 쇼터는 젖먹던 힘까지 사력을 다해 전력 질주했다. 결국 선두를 제치고 2시간12분03초의 기록으로 감격의(?) 승리를 안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198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때 3위로 달리던 호주의 로리 위티가 ‘볼일을 보고도’ 우승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를 근접에서 취재했던 현장 기자는 그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마라톤은 고독한 자기만의 싸움이다. 체코의 마라톤 영웅 에밀 자토페크(1922∼2000)는‘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는 말을 남겼다.
도서관닷컴 대표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