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이 없는 복사된 녹음파일도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1일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최근 사기 및 무고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는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본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해 원본과 사본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때에는 법원이 사본 생성·전달·보관 등 절차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검증·감정 결과, 수사 및 공판 심리 결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동일성 증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두 사람은 주식대금 등 명목으로 피해자 C 씨를 속여 수차례에 걸쳐 2억7000만 원의 현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C 씨는 A 씨 등의 사기 행위와 현금 수령 사실에 대한 증거로 녹음파일을 저장한 CD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1심은 A·B 씨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CD로 제출된 녹음파일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
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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