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를 규정한 국민연금법이 20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이후 10여 년간 국민연금 개혁 움직임이 번번이 공전해온 점을 감안하면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번 모수개혁에 따라 기금 고갈 시점이 8∼15년 늦춰져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여야 협상의 진통 끝에 자녀 수에 따라 연금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출산 크레디트가 대폭 확대되고, 군 복무 크레디트도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났다.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연금 체계를 바꾸는 구조개혁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더 내고 조금 더 받는’ 방식의 이번 개편은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화와 저출산이 진행 중인 만큼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려면 앞으로 지속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인 ‘보험료율 18.2%, 소득대체율 50.7%’를 따라가려면 앞으로 갈 길이 까마득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65세 이상의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소득 하위 70%에서 중위 소득 50% 이하로 좁혀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인 급증에 따라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당은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노인에게 40만 원을 지급하자며 거꾸로 가고 있다.

모수개혁이 반쪽 개혁으로 끝난 만큼 구조개혁이 더 중요해졌다. 무엇보다 인구구조와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과 지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안정장치 도입이 시급하다. 이는 OECD 회원국들의 70%가 도입한 세계적 추세로, 외면해선 안 된다. 또한, 정년 연장과 함께 의무가입 연령을 높이고 수령 개시 연령도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연간 적자가 10조 원이 넘는 공무원·군인 연금 역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수술이 불가피하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하면 국회 연금특위는 국민·기초·퇴직·개인 연금을 연계한 연금구조 재설계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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