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오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27일 헌재에 접수된 지 87일 만이고, 지난달 19일 변론기일을 하루 열어 90분 만에 끝낸 뒤 33일 만이다. 너무 늦었다.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대행이라는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던 만큼 신속한 헌재 결정이 요구됐다. 정략적 탄핵으로 불릴 정도로 법리와 사실관계 자체가 복잡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통상·안보 환경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적시한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불이행,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권 건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발표 등 다섯 가지다. 계엄 부분은 한 총리를 파면할 정도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나머지도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5가지 중 2가지는 총리, 3가지는 대통령 권한 행사(대행)였다. 그런 만큼 최소한 3가지에 대해선 총리 아닌 대통령 탄핵소추 요건(재적 3분의 2)을 갖추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 총리 권한 행사와 대통령 권한 행사를 얼버무려 과반(151명 이상)으로 가결한 것은 무효로, 각하하는 게 마땅하다.

더 중요한 과제는, 과반 의석만 되면 마구잡이 탄핵소추를 해도 된다는 잘못된 발상을 규율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윤 정부 들어 탄핵소추안을 29건 발의해 13건 의결했는데, 현재까지 선고된 8건 모두 기각됐다. 이번 결정문에 정략적 탄핵에 경종을 울리는 취지도 포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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