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철환의 음악동네 - 밥 딜런 ‘라이크 어 롤링 스톤’
요즘은 휴대폰 속에 까치가 산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문자를 실어 나른다. “저는 복직했고 다시 출퇴근 지옥철을 겪고 있습니다” 엊그제 결혼한 것 같은데 어느새 육아휴직 마치고 다시 일 나가는 길이란다. 성실한 모범 청년. 열심히 사는 게 신조라기에 그렇게만 살다 죽으면 억울하니까 틈틈이 즐겁게 살라고 조언한 기억이 난다.
근황 보고에 나는 격문으로 화답했다. “힘들 땐 이런 생각으로 기운 내라. 죽은 사람은 지옥철에 탈 수 없다” 곧바로 까치가 돌아왔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그는 환승 문자를 천국의 언어로 바꿨고 나는 오전 내내 밥 딜런 노래로 발성 연습(우~ 우~)했다. ‘천국에 입장할 때는(Knocking on Heaven’s Door) 신분증, 훈장 따위 쓸모없잖아(Take this badge off of me. I can’t use it anymore)’
티모테 샬라메(1995년생)가 밥 딜런(1941년생) 역을 맡은 영화엔 유명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제목은 ‘완전 무명’(A Complete Unknown)이다. 어디서 이런 제목을 골랐을까. 무명의 밥 딜런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노래(‘Like a Rolling Stone’) 끝자락에 소심한 듯 숨어있다. 노벨문학상 받은 가수답게 노래는 명언으로 촘촘하다. ‘가진 게 없다면 잃을 것도 없지(When you got nothing, you got nothing to lose) 드러나지 않는다면 가릴 비밀도 없어(You’re invisible now, you got no secrets to conceal)’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동갑내기 노래하기’라는 프로를 연출한다면 미국의 밥 딜런과 한국의 이미자(1941년생)를 한 무대에 올리고 싶다. 구현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첫 화면에 질문 하나를 띄우는 게 좋겠다. 동서고금을 통해 노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1964)로 위로받고 밥 딜런의 ‘미스터 탬버린 맨’(1965)으로 용기 얻은 사람도 꽤 많을 거다.
사람들은 비교를 좋아한다. 누가 누가 잘하나. 기본을 갖추면 오디션은 컨디션이다. 누가 누구를 줄 세우나. 가창력은 감탄의 범주지만 호소력은 감동의 영역이다. 최종병기는 영향력이다. 순위표(이름표)는 여러 군데서 나왔으니 참고만 하자. 결국은 시간표(이정표)가 그들을 평가할 것이다.
은퇴라는 단어는 조심스럽다. “언제 그만두실 건가요” 이미자는 노련한 답변을 내놓았다. “은퇴라는 단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게(4월 공연) 마지막이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밥 딜런에게 한다면 그는 노래(‘미스터 탬버린 맨’)로 답할 것 같다. “난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고 사라질 준비도 되어 있다네(I’m ready to go anywhere I’m ready for to fade)”
‘완전 무명’은 시차를 지녔다. 데뷔하기 전 누구도 그 이름을 모르는 사례, 그리고 한때 반짝거렸으나 시간이 지나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태. 어느 게 더 슬픈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부활의 노래가 없으면 다시 무명 되는 건 시간문제다. 남의 노래 구성지게 부르는 자보다 자기 노래 개성 있게 부르는 자가 오래 살아남는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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