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캘리포니아 화재 당시에도 각종 음모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 산불 발생으로 피해가 날로 커가는 가운데 웹과 모바일 내에선 이들을 향한 각종 음모론이 크게 횡행하고 있다. 산불 발생의 의도적 여부를 제기하는가 하면, 이를 둘러싼 각종 정파, 젠더, 국가별 갈등까지 그대로 표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4일 현재 보배드림,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의 국내 주요 커뮤니티에선 산불에 대한 의문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례없을 정도의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한 데 의도적인 방화설을 제기하면서 배후로 특정 정치집단, 혹은 외부 개입설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산불이 난 지역 등을 거론하며 특정 정치적 세력의 의도적 방화설을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최근 혼란한 정치 상황을 뒤덮기 위한 ‘의도성 방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정 종교단체 등도 산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한 반중(反中) 성향의 유튜버는 최근 중국 티베트 지역에서 산불이 다수 발생했음을 지적하며 이것이 “산불을 위장한 중국의 한국 내 군사작전”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산불로 인한 젠더 갈등도 커지고 있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순직한 구조대원과 공무원들이 모두 남성인 점을 들어 “남성 공무원만 위험한 일에 동원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산불 발생시에는 성별과 관계없이 공무원들이 동원돼 산불 진화를 하도록 돼 있으며, 실제 여성들이 산불진화에 나서는 사실도 확인됐다.
산불에 대한 음모론은 과거에도 나타났다. 지난 2019년 발생한 강원도 산불 때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사건 당시 음주설 및 성형설이 제기되며 정치 싸움이 번진 바 있다.
해외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캘리포니아 지역 LA 화재 당시 온라인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을 중심으로 “‘안티파(극좌 성향의 반(反)파시즘 단체) 회원들이 방화를 저지르고 있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소방서가 인종 차별을 멈추기 위한 ‘인종 평등 계획’을 통과시켰다”며 “그들(LA 소방서)은 생명과 집을 구하는 것보다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우선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2023년 하와이 지역의 산불 때는 화재 원인으로 ‘무기 실험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USC 정부과학연구소의 크리스티나 러먼 수석과학자는 “사람들이 재난을 이용해 자신들의 의제를 키우고 있다”며 “잘못된 정보가 생성되는 데는 몇 초만 걸리지만 이를 검증하고 반박하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리게 된다”고 밝혔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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