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에 있는 천년고찰 운람사가 산불로 잿더미로 변했다.  고운사 제공
23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에 있는 천년고찰 운람사가 산불로 잿더미로 변했다. 고운사 제공


스님·신도 대피… 불길 안잡혀
전국 국가유산·주변 3건 피해


의성=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불씨가 핑퐁처럼 날고 산불이 재발화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어요.”

24일 오전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 주민들이 마을 뒤 천등산 곳곳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이곳은 신라 신문왕 때 의상 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운람사로부터 약 2㎞ 떨어진 곳이다. 기자가 운람사로 향하자 주민들이 막아서며 “날뛰는 불길로 들어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2차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인근 안평면 괴산리에서 성묘객 실화로 난 불이 덮치면서 운람사도 폭삭 내려앉았다. 총 7채 중 대웅전과 공양간 등 6채가 소실됐다. 산불이 번지기 전 스님과 신도들이 삼존불과 후불탱화를 인근 박물관으로 옮겨 소실은 피했다.

운람사는 22일 오후 불에 탔다. 운람사 뒤 천등산으로 불이 확산하자 주지 스님이 헬기 투입을 119에 요청해 1차로 진화했다. 이어 산불진화대원들이 동원돼 잔불을 진화했으나 재발화하며 운람사를 덮쳤다. 운람사는 고운사 말사다. 도륜 고운사 총무국장은 “당시 60여 명의 신도들이 대웅전 등을 정리하기 위해 있었는데 재발화한 불이 불과 10분 만에 산을 휘감고 사찰을 덮쳐 대피했다”고 말했다. 이 일대 불은 23일에도 재발해 스님과 신도들이 또다시 대피했으며 24일 오전에도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인근 안평면 신월리 중월마을은 산불로 18가구 중 6가구가 소실됐다. 이장 오상화(58) 씨는 “불씨가 강풍을 타고 500m 이상 날면서 주택을 덮치는 바람에 주민들이 몸만 빠져나왔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 마을엔 불이 난 소식을 듣고 찾아온 자식들이 밤을 새우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집 곳곳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날뛰는 산불로 애초 안평면에서 옥산면 등 의성군 전체 18개 읍면 중 9개 읍면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 21일 이후 전국에 걸친 산불로 국가유산 2건, 국가유산 주변 1건 등 3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 산청 산불로 인근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탔다. 강원 정선 산불로 백운산 칠족령은 지정 구역 일부가 소실됐다. 두양리 은행나무는 1983년 도 기념물로 지정됐으며 수령은 약 900년으로 추정된다. 칠족령은 2021년 명승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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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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