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산청·의성 ‘화마’ 확산 원인
이상기후發 고온건조 날씨 속
서고동저 지형, 서풍이 ‘악재’
골짜기 → 산정상 ‘골바람’ 탓
불씨날아가 진화·재발화 반복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의성=박천학 기자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되지 않은 와중에 26일까지 동쪽 지역을 중심으로 대기가 건조해지고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보여 산불 진화에 난항이 예상된다. 작은 불씨에도 ‘큰불이 나기 쉬운’ 기상 조건이 갖춰지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건조한 대기와 강풍, 적은 강수량 등이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분석된 가운데 건조한 날씨를 해소할 비는 27일부터 예보됐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국에 순간풍속 시속 55㎞(15㎧) 안팎의 강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산지는 순간풍속이 시속 70㎞(20㎧) 내외를 기록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됐다. 한반도 주변 기압계는 한반도 북쪽의 저기압과 남쪽 해상의 고기압 사이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건조한 서풍이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건조한 날씨 속에 지역적으로 강한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기는 계속 건조하겠다. 건조한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어 강풍이 불고 건조해지면서 영동 지역은 강풍특보와 건조특보 모두 발효됐다. 산불이 이어지는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등 강수량은 평년의 50∼60% 수준인데 바싹 메마른 산림에선 작은 불씨가 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오전 중 전남 남해안과 경남서부 남해안, 제주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나 강수량은 극히 적어 건조함을 해소하는 데는 도움되지 않겠다. 단비는 27일부터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6일과 27일 사이 저기압 영향으로 비구름대가 전국에 영향을 미치고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를 빠져나가면서 기압계에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건조한 날씨가 완화되고 ‘남고북저’형 기압 배치에 변화가 생기면 강풍 영향도 약해질 수 있다. 주말 사이 경남 산청군과 경북 의성군 산불이 확산한 데는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한 서풍이 맞물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지형상 골짜기에서 산꼭대기로 부는 골바람까지 더해져 ‘비화(飛火)’ 현상까지 나타나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비화 현상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옮겨붙는 것이다.
지난 21일부터 발생한 산청군과 의성군 산불 지역은 산지가 험하거나 낮은 능선이 이어지는 곳이다. ‘서고동저’ 지형,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로 인한 강한 서풍이 산불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분석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바람이 불면 산불 확산 속도는 26배 이상 빨라진다. 의성군 산불의 경우 22일 당시 풍속은 초속 5∼6m,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17.9m였다. 23일엔 오전 풍속 초속 2m에서 오후에는 초속 11m로 돌변하면서 잔불이 재발화했다. 골바람 영향도 곳곳에 미치고 있다. 의성군 안평면 신안리 등에서는 골바람 탓에 진화와 재발화가 반복되고 있다. 산청군 산불도 22일 오전 진화율이 55%까지 올랐으나 역풍이 불면서 재발화했다. 주민들은 “말똥에 불이 붙은 것처럼 꺼지지 않고 숨어 있는 불씨가 다시 발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산청 중태마을도 골바람을 타고 넘어온 불길에 주택 여러 채가 전소됐다. 평년보다 높은 20도 안팎의 초여름 날씨도 산불 확산의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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