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것은, 법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특정 성향 재판관이 너무 많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재판관 8명 중 기각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각하 2명(정형식·조한창), 인용 1명(정계선)으로 일방적 결정이었음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소추한 13건 중 선고된 9건 모두 기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담화의 맨 앞부분에서 야당의 무분별 탄핵이 “사법 업무와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했는데, 계엄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런 빌미를 준 야당의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

한 총리는 헌재 결정과 동시에 대통령 권한대행 직도 다시 수행하기 시작했다. 야당의 한 총리 탄핵소추가 더욱 고약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도 불구하고 한 대행이 국정의 중심을 잡으면서 전 세계에 한국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가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발신했는데, 그것을 일순간에 뒤엎는 결과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취임으로 세계 경제·안보 질서가 급변하는 시기여서 한 대행 공백에 따른 국익의 유·무형 훼손은 심각한 실정이다. 민주당이 국가와 국민이 안중에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공모·묵인·방조,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불이행, 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 건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발표 등 다섯 가지 이유를 댔는데, 헌재는 모두 무리라고 봤다. 내란 동조는 한 총리가 계엄령을 반대한 만큼 처음부터 적용하기 어려웠다.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는 앞서 지난 13일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관련 재판 때처럼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봤지만, 탄핵을 정당화하는 사유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가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를 대통령(200석) 아닌 국무위원 기준(151석)으로 판단한 것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국회 과반 의석만 있으면, 대통령 대행을 무제한 탄핵할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한 대행 중심으로 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길 기대한다. 탄핵안을 3개월 가까이 끌어온 헌재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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