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사태가 일파만파다. 지난 4일 새벽 전격 신청을 계기로, 그동안의 경영 실패와 신청 전 단기채권 발행 등 의혹이 쏟아진다. MBK의 대응도 석연치 않아,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에도 파장이 커져 간다.
납득되지 않는 MBK의 지난 19일 국회 해명이 의문을 더 키웠다.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지난달 28일 신용등급 강등 발표 후 3일간 법정관리를 준비해 지난 4일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3일인 3월 1∼3일은 휴일이었다. 등급 강등을 미리 알고 준비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MBK 측은 사전에 몰랐다고 부인했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평가회사 한 곳은 등급이 한 단계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전달했다고 한다. 통상 등급 하락 발표 전 회사 측에 언질을 주는 것은 관행이기도 하다. 이런 일을 발표 때까지 몰랐다는 것 자체가 경영 능력과 판단력에 큰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법정관리 신청 전 6000억 원에 가까운 단기사채가 발행된 것이 문제다. 신영증권을 통해 개인에게 판 채권만 2075억 원에 달한다. 불완전판매 의혹은 물론, 등급 하락을 미리 알고서 법정관리 신청을 계획하고도 채권을 팔았다면 사기 범죄가 될 수 있다. 숱한 의혹에 급기야 금감원이 19일 사모펀드로선 처음으로 정식 검사에 착수했다. 앞서 국세청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MBK 측은 정기 조사라고 주장하지만, 재계에서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이 나선 것부터 심상치 않다.
MBK는 해외 기업사냥꾼에 맞설 토종 사모펀드를 키워야 한다는 여론을 업고 탄생했다. 정부는 온갖 규제를 풀며 적극 지원한다. 그러나 정작 이런 사모펀드들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하다. 기업 인수 때 부채를 잔뜩 끌어들이고선, 인수 후 기업의 지속 경영보다 부동산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갚는 데 열중한다. 차익을 극대화하려고, 기업을 껍데기로 만든다. 이번 홈플러스에서 보듯, 인수 후 기업의 가치를 깎아내린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이 정도면 기업 파괴자다. 정부든 국회든 이런 사모펀드까지 지원해선 안 된다. 기업과 투자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존 정책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