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가 흘러도 고전의 감동은 여전하다. 웅장하고 장대한 압도적 스케일, 게다가 심연의 폐부를 파고드는 클래식은 언제나 우리의 정신을 고상하게 한다. 오늘의 예술이 양적으로는 풍성하지만, 질적 심오함은 고전에 못 미친다. 그것이 심오한 혼을 갈아 넣었다면, 오늘의 예술은 순발력과 기교로 급조된 것이다.
고전을 회생시켜 현대적 감각에 어필한 대표적인 사례가 이재삼이다. 그의 역작 ‘달빛 녹취록’(사비나미술관)을 마주할 때 압도되고 심장이 뛴다. 동시에 장엄하기 그지없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이 환청처럼 울린다. 숭고미로 농축된 깊은 어둠 속에서 달빛 교교한 비경을 관조하고 노래하는 유유자적이라니….
현장에서 느끼는 월광 판타지의 임팩트는 실로 강렬하다. 거기에 곁들여져 있는 은유의 아우라는 삼매경에 빠지게 한다. 절제된 단색조의 화면들 특유의 포용력이 건축 구조와 조화로운 상생의 시너지를 뿜어낸다. 폭이 2270㎝, 높이 546㎝라는 가공할 스케일도 경이롭지만, 공간적 디자인 센스도 일품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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