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공정 효율화 등 구체화 나설 듯
대규모 선행투자로 여력 부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상호관세 발표 전에 반도체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를 먼저 부과할 수 있다고 공표하면서 그간 관망 기조를 유지해온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도 조만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예고를 미국 현지 투자 확대 압박 시그널로 해석하면서 구체적 방침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이미 대규모 선행 투자를 단행한 만큼 추가 여력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에도 총 370억 달러(약 54조34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5조6800억 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공정 속도를 높이는 등의 ‘효율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삼성전자가 약 300조 원, SK하이닉스는 120조 원을 투자키로 해 추가 자금력 동원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으로 설정된 테일러 공장, 2028년을 목표로 삼은 인디애나주의 공정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미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은 지난 1월 미국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734조 원)를 투자하는 ‘스타게이트’ 계획을 발표했다. 애플도 미국에 향후 4년간 AI를 중심으로 5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대만의 TSMC는 지난 3일 미국에 1000억 달러(147조 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 철강 업계도 초비상이다. 포스코는 미국 현지에 상공정(광물→쇳물)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현지 투자 조건·규모 등을 저울질하며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한항공도 327억 달러(48조 원) 규모의 미국산 여객기·엔진 구매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 기업들이 ‘바이 아메리카’를 핵심 정책으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하게 하는 선물을 건넸다는 평가가 나와 관세 완화 등 대한국 통상 압력을 낮추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훈·황혜진·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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