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수에 식사도 걸러”

공무원·진화대원 4명 발인식
창녕군 중대재해처벌법 조사


의성=박천학·산청=이재희·창녕=노수빈 기자

영남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장기화하면서 산불진화대원들이 4∼5일째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거른 채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경남 산청 산불을 진화하다 숨진 창녕군 공무원 1명과 산불진화대원 3명 등 4명의 발인식은 25일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이들의 사망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점이 있는지 조사하기로 했다. 이들이 소속된 창녕군이 1차적으로 조사 대상이 되고, 진화 작업을 지휘한 경남도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오후 경북 의성군 점곡면 구암리. 봉화군에서 지원 온 산불진화대원 10여 명이 마을로 번지는 산불 저지를 위해 방어선 구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산불이 마을 뒤에서 활활 타며 불씨가 강풍에 순식간에 수백m를 날아다녔지만, 오직 마을 사수에 집중했다. 순간 강풍의 방향이 바뀌면서 마을 쪽 골짜기를 타고 오는 산불에 고립 우려라는 공포감도 도사렸다. 이들은 잠시 진화를 멈추고 후퇴한 뒤 살수차를 앞세워 비상 대기했다. 올해로 15년째 산불진화대원으로 활동 중인 박모(62) 씨는 “마을 사수를 위해 3일째 잠을 못 자고 점심도 거르며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점곡면 윤암리에서는 의성군 산불진화대원 20여 명도 3일째 밤을 지새우며 진화작업을 하고 있었다. 유일종(63) 산불진화대원은 “강풍에 불씨가 마을을 건너 맞은편 산으로 날아드는 등 종잡을 수 없다”며 “바람이 잦아들면 잔불을 진화하고 강풍이 불면 대피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의성 산불에는 진화대원 440명이 투입돼 있다. 의용소방대, 군부대, 소방 등에서도 27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24일에는 경북 의성군 일대에 동원됐던 경북도 소방본부 상주소방서 소속 소방대원 A(40대) 씨가 산불 진압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구토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25일 오전 9시 현재 진화율이 88%까지 올라간 산청·하동에서도 산청군청 소속 산불진화대원 20여 명이 아직 불길이 남은 시천면 내공마을과 산청·하동 경계지역에 투입돼 5일째 하루 18∼20시간씩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청 산불을 진화하다 희생된 4명의 발인식이 이날 오전 창녕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유족과 친지 등 수십 명이 눈물로 배웅한 가운데 마지막 길을 떠난 희생자들은 함안하늘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마친 뒤 창녕추모공원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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