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다음 달 2일 관세를 부과할 때 많은 국가에 (상호관세를) 면제해 줄 수 있다”고 밝혀 미 증시가 폭등했다. “상호관세에 예외 없다” “4월 2일은 해방의 날” 등의 강경 방침에서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가 상호관세를 면제받고 관세 부과 품목도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보조금이나 검역절차 등 비관세 장벽을 트집 잡아 보복 관세를 때릴 가능성이 말끔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미 상공회의소는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은 세관 신고 오류, 근로기준법 위반 등 민사로 해결할 문제를 형사로 기소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기업인을 형사 처벌하는 항목이 3000여 개에 이르고, 이 중 80%가 양벌(兩罰) 규정을 두고 있음을 문제 삼은 것이다. 주한 외국기업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대한 두려움과 불만이 크다. 군사 보안을 위한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금지도 걸고 넘어 진다. 각종 규제가 부메랑이 된 셈이다.

정부도 본격 대응에 나섰다. 농촌진흥청은 미국산 LMO(번식 가능한 유전자 변형 농산물) 감자에 수입 적합 판정을 내렸다. 농민 단체들의 반발로 수입을 막아왔지만, 미 통상 압력에 대비해 비관세 장벽을 낮춘 것이다.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고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알래스카 천연가스관 프로젝트 참여도 탄력을 받고 있다. 마이크 던리비 미 알래스카 주지사는 25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났다. 대만도 안보를 위해 알래스카 가스관에 선제 투자하는 등 각개약진 중이다.

한국은 미국이 밝힌 ‘더티(dirty) 15’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음 달 2일까지 1주일이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다행히 통상 전문가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복귀한 만큼 하루빨리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백악관에서 31조 원 규모의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에게 “우리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화답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과감한 비관세 장벽 철폐와 선제적인 대미 투자 등 관세 폭탄을 막기 위한 민·관 총력전을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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