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영양에서는 이번 산불로 6명이 숨지고 이재민 1000여 명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대피소에서 산불로 대피한 주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영양에서는 이번 산불로 6명이 숨지고 이재민 1000여 명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영남산불 5일째… 안동·청송·영양 등 거쳐 포항·울진 확산
경남 포함 22명 사망… 초속 20m 남서풍 예보에 강원 긴장

韓대행 “최악 가정해 대응하라”


경북 의성 산불이 갈수록 빠르게 확산하며 인명 피해가 속출하는 등 역대 최악의 산불로 치닫고 있다. 산불은 발생 5일째인 26일에도 상승기류를 타고 북동진하며 안동·청송·영양·봉화·영덕 등 5개 시·군을 덮치고 포항과 울진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동해안 일대에 최대 초속 20m의 강한 남서풍이 불 것으로 예보돼 산불은 동해안을 따라 강원지역으로 북상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경찰과 산림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산불로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7명 등 18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 산청까지 포함하면 사망자는 22명에 이른다. 영남 지역 산불 대피 주민은 2만6006명에 달한다. 경북 지역 사망자는 전날 오후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도로, 주택 마당, 차 안 등에서 발견됐다. 희생자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로 산불로 인한 연기에 질식하거나 대피 도중 불에 탄 것으로 전해졌다. 청송에선 80대 치매 노인 1명이 실종 상태다. 당국은 주민 긴급 대피령을 내렸으나, 제때 피하지 못한 이들의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특히 산불은 상승기류를 타고 열기둥이 솟구치며 ‘도깨비불’로 불리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키면서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다. 불똥이 초속 10∼20m의 강풍을 타고 10초 내 1㎞ 이상 날아가 산림 당국도 진화에 속수무책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동단 포항도 산불 영향권에 들었다. 포항은 영덕·청송과 경계가 맞닿아 있다. 동해안 울진군도 산불 확산 지역인 영양군과 접해 있다. 중대본에 따르면 영남 지역 피해 면적은 1만7534㏊에 달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중대본 5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산불이 기존 예측 방법과 예상을 뛰어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전 기관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한편, 전날 오후 5시 전 시민 긴급 대피령이 내려진 안동에서는 피난행렬이 이어지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은 이날 오전 6시쯤 이곳에서 5㎞ 떨어진 곳까지 산불이 번지면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보·보물 8건이 집적된 안동 봉정사에서는 유물 긴급 이송 작업이 완료됐다. 의성=박천학·안동=김린아 기자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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